우크라, 시위대-진압부대 치열한 공방 이어져

당국 바리케이드 철거에 시위대 강력 반발…진압부대 끝내 퇴각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무산에 항의하는 야권 시위가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시내에서 11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의 공방이 이어졌다.

러시아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 라디오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야권 시위대가 진을 친 키예프 시내 '독립광장' 주변에선 바리케이드 철거 작전을 강행하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양측에서 각각 10여 명씩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수부대와 내무군 등은 이날 새벽 1시께부터 독립광장 주변 도로에 시위대가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는 작전을 시작했다. 바리케이드 철거 작전은 먼저 독립광장 서쪽의 미하일롭스카야 거리와 광장 중심의 크레샤틱 거리에서 시작돼 이후 반대편의 인스티투트스카야 거리로 이어졌다.

진압 부대는 격렬하게 저항하는 시위대를 밀쳐냈고 철거 반원들이 각종 기물과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만들어진 바리케이드를 해체해 차량으로 싣고 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진압 부대에 최루탄과 연막탄을 쏘며 거세게 저항하자 경찰이 곤봉으로 맞서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내무군 1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으며 야권은 시위대 1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진압부대는 이어 야권 시위대 지휘 본부가 차려진 인스티투트스카야 거리의 노조건물 주변 바리케이드를 제거하는 작전에 들어갔으나 시위대의 강력한 저항으로 퇴각했다. 곧이어 역시 시위대가 장악하고 있는 크레샤틱 거리의 시청 청사를 점거하려던 진압부대의 작전도 시위 참가자들의 격렬한 반발로 실패로 끝났다.

진압부대는 이날 오전 또 한 차례 시청 청사 점거 작전에 나섰으나 시위대가 진압 병력이 탄 버스를 에워싸고 내리지 못하게 막으면서 또다시 실패했다.

오후 들어 특수부대와 내무군 병력은 독립 광장에서 주변에서 물러났다. 광장에 모였던 시위대는 진압부대 퇴각에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시위대는 이후 철거된 광장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재설치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유럽차관보는 이날 오전 독립광장을 찾아 시위대와 면담한 뒤 시위 참가자들과 경찰 모두에게 미리 준비해온 과자 등의 음식물을 나눠줬다.

이날 바리케이드 철거 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도시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평화적 시위대 강제해산 시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탈리 자하르첸코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다른 시민들의 권리도 무시해선 안되며 수도의 정상적 기능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위대의 바리케이드 설치로 시내 주요 도로에 최악의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있으며, 시민들이 귀가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바리케이드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니콜라이 아자로프 총리도 당국이 평화적 시위대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30일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대규모 부상자가 속출한 사건에 대해 정부와 야권, 국제사회 등 3자 대표가 참여하는 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서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야권은 그러나 지난달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야권 인사 석방과 강경 진압 책임자 처벌, 내각 총사퇴, 조기 총선 및 대선 등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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