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스테이트 대학(PSU) 과학자들은 지난 35억년 동안 소행성 충돌로 지구에서 튕겨나간 암석 중 생명체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 큰 것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우주생물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 암석이 튕겨 나갔을 경우 그 속에 든 생명체가 1천만년 동안 해로운 태양 광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만한 암석의 최소 크기를 지름 3m로 보고 있다.
생명체가 혜성이나 운석 부스러기 등에 실려 태양계 안의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는 이른바 '범종설'(汎種說 panspermia)은 오래전부터 많은 과학자를 매혹시켜 왔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덕에 소행성 충돌에 의해 지구에서 지난 35억년간 떨어져 나간 3m 이상 크기의 암석 수를 처음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어 이런 암석들이 우주 공간에서 어떤 운명을 겪을지를 추적했는데 많은 것은 지구 궤도를 따라 돌거나 서서히 밑으로 떨어졌지만 어떤 것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갔고 어떤 것은 아예 태양계 밖으로 퇴출됐다.
그러나 적지만 의미 있는 수의 일부 암석들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다른 천체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약 6개는 바다가 있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까지 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이런 암석에 실려간 생명체가 유로파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화성으로 간 암석은 훨씬 흔해 무려 36만 개가 안착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지구를 강타한 많은 소행성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6천600만년 전 칙술룹에 떨어진 지름 10㎞의 소행성인데 이때 우주로 튕겨나간 암석은 약 700억㎏, 이 가운데 2만㎏은 유로파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이며 생명체를 품은 암석이 유로파에 도달했을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먼 우주 공간을 이동하면서 생명체가 과연 살 수 있었을지가 또 다른 의문인데 연구진은 "화성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박테리아 포자가 휴면 상태로 수억년을 지낸 뒤에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혹독한 우주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처럼 오랜 세월을 견딘 미생물이라도 다른 천체에 도착하면서 불타 사라지거나 살 수 없는 곳에 떨어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가장 지구 비슷한 천체는 유로파와 화성, 그리고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며 이 세 곳에 모두 물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외계 생명체가 살기엔 적합치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파의 바다는 몇 킬로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곳에 따라 이런 얼음판이 액체 상태의 물에 의해 큰 덩어리로 갈라졌다가 나중에 이 물이 다시 얼어붙기도 했는데 생명체를 품은 암석이 얼음판 위에 있다가 틈새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목성의 위성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지금보다 훨씬 따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화성의 경우 35억년 전에 흐르는 물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 따뜻하고 축축했던 화성의 초기 대기는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했다고 지적했다.
만일 화성에 미생물이 존재했다면 당시 화성-지구 간에 운석이 분주히 오갔던 사실에 비춰 화성의 미생물이 지구에 운반됐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지구 초기부터 화성에서 수십억개의 암석이 쏟아졌기 때문에 지구의 생명체가 화성으로부터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