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에 이어 최근 장성택을 숙청한 것은 김정은이 이제 '후견그룹은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내보이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문제는 과연 이런 방침이 김정은의 권력을 강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지지 기반을 허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향후 우리의 대응방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12일 새누리당 의원모임인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대표 남경필)'에서 "장성택 침몰 과정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당 기반이 많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 원장은 "3~5년 사이에 일어날 일이 1~2년 사이에 급격히 발생했는데 너무 급격한 인사이동으로 볼 때 체제 안정에 의구심이 든다"며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약화시키는 게 아닌가 싶고, 내부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가에서는 주로 이런 분석이 많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이 커졌고, 현 상황은 '급변사태'나 다름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일 시대의 인물들을 숙청하는 이 모든 과정이 상당히 체계적이고, 결과적으로 권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실제로 장성택 체포장면과 같은 날 보도된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명목상이긴 하지만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 최룡해와 박봉규 등 다른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펜과 수첩을 들고 김정은의 말을 받아적는 모습이 보인다.
'국가수반조차 김정은보다 아래에 있다'는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은 해당 영상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것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김정은이 군과 당의 세력균형을 맞추기 위해, 리영호를 숙청했다면 다음 수순은 자연스럽게 장성택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권력 강화 시나리오를 압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기반이 탄탄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숙청 효과'를 두고 다른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북한 수령제에 대한 판단의 차이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백두혈통'의 세습이라는 퇴행적 권력구조가 3대째 내려오면서 '얼마나 절대적으로 북한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두고 해석이 갈리는 것이다.
외교가에서 주로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고 예측불가능성을 높게 치는 반면 북한 연구 학자들은 그의 권력을 공고하게 여기는 것도 이 맥락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인 영도체제에서 1인자의 모든 활동은 권력 강화와 연결될수 밖에 없다"며 "외교가의 분석은 북한 체제를 국제관계에서 다른 나라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