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북한 언론이 즉각 처형 사실을 보도하는 등 장성택 사태를 중계하다시피 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당 간부나 주민들에게 공포를 불어넣음으로써 '딴생각이나 야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당분간 내부 단속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돼 그렇지 않아도 북핵 문제 등으로 인해 교착상태에 처한 미국과의 대화는 조만간 재개되기 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대체로 보고 있다.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연구소 연구원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형 집행 뉴스는 너무나 충격적인 반전"이라며 "북한 문제를 20년간 연구했지만 고위급 지도자의 처형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기억에 없는 일이고 이렇게 극적으로 체포해 즉각 사형을 집행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다른 야망을 품은 누구에게라도 극도의 겁을 주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동북아시아 분석가인 존 박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김정은 권력 공고화 과정의 완결판으로, 그가 아버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와 가까웠던 나이 든 후견인들을 모두 제거하고 자신만의 이너 그룹을 최종적으로 형성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 전문 블로거인 맥스 피셔는 이날 장성택 처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이 신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실었다.
피셔는 "김정은이 자신의 리더십에 도전할 소지가 있는 나이 많고 경험 있는 간부들이 지배하는 관료 집단 내에서 권력을 다지는 수단으로 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과거에도 수많은 정치적인 숙청을 단행했지만 장성택의 경우는 '조용하게 막후에서' 처리했던 이전 숙청과는 처음부터 달랐다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한반도 전문가인 알렉산더 만수로프 연구원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수로프 연구원은 "김정은은 자기 혈육도 기꺼이 죽임으로써 자비나 동정이 전혀 없음을 보여줬다. 이는 아주 우려스러운 신호"라며 "젊은 치기로 그랬건, 개인적인 불안 정서로 그랬건 미국 정부는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터프츠대학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잔인성을 점점 높이는 게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장성택 측근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김정은이 자멸을 초래할 전쟁 같은 것은 일으키리라 예상하지 않는다. 수백명의 장성택 측근들이 숙청돼 처형되거나 강제 수용소에 던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