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극우 라디오 진행자인 러시 림보는 최근 자신의 방송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방송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생각하면 딱하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설적 비판이 일부 미국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때아닌 '색깔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11일자(현지시간) 기사 제목처럼, "교황이 사회주의자냐"는 시비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를 강조하면서 틈 나는 대로 투기적 금융과 배금주의, 청년실업의 확산 등의 세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해 왔다.
보수진영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대표적 발언은 교황이 지난달 말 발표한 권고문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이었다.
교황은 자신의 공식적 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서에서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단언했다. 부(富)가 부자로부터 빈자에게 흘러내린다는 '낙수효과' 이론을 반박한 대목도 관심을 모았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제3세계 해방신학과는 비교적 거리를 둬 왔으나, 지난 여름 페루의 해방신학 창시자인 구스타보 구티에레스를 만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했다.
미국의 일부 강경 보수주의자들은 교황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기 시작했다.
폭스뉴스의 경제뉴스 진행자인 스튜어트 바니는 "교회는 영혼의 구원을 얻으러 가는 곳이지 투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교황이 내 정치적 견해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교황의 '자유분방한'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가 사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를 두고 뉴스위크는 "많은 보수적 미국인들은 칭송에 합세하기에 앞서 교황이 어느 편인지 알고 싶어한다"고 꼬집고는 "물론, 교황이 진짜로 사회주의자라는 생각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물질주의적 풍조에 대해 최근의 어느 교황보다 비판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주의 이론을 신봉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을뿐더러 교리적 관점에서 보면 보수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학자 로버트 엘스버그는 CNN 방송 기고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한 세기 이상 계속돼 온 가톨릭 교회의 기초적 가르침"이라고 주장했다.
전임 요한 바오로 2세나 베네딕토 16세 모두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폐단을 분명히 경고하고 사회정의를 강조했다는 얘기다.
엘스버그는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전임자들과 구분 짓는 것은 그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중심 가치로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위크도 교황청 관료 조직에 대한 교황의 개혁 시도를 예로 들면서 "단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그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한 신부는 "사람들이 와서 '교황님이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고 했는데, 뭘 하면 되느냐'고 묻기 시작했다"며 "35년 넘게 본당신부로 있으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