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장 부위원장 처형이란 극단적 조치를 취한 것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의외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북한 권력층의 부패에 대한 단호한 척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며 "북한 당국이 제기한 죄목들로 볼 때 장성택은 개인재산 축적 등 상당한 부패 혐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극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김 제1위원장의 가혹한 통치스타일이나 북한 노동당 내부 권력 투쟁 등의 문제도 장 부위원장 처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지만 이것이 중요한 요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성택 처형은 부패 문제와 연관된 자는 누구든 반당주의자, 분파주의자로 제거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이후 북한의 대내외 정책 변화 가능성과 관련 아스몰로프는 "부패 세력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한 큰 물결이 몰아치면서 많은 개혁파가 장성택과의 연계를 이유로 숙청될 것"이라면서도 "북한 정권이 또다시 남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새로운 강경 정책이나 도발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동방학 연구소의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한국ㆍ몽골 과장도 "실제로 장 부위원장이 심각한 죄를 저질렀을 수 있겠지만 처형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놀라워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큰 틀에서 북한의 개혁 노선은 앞으로도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며 "개혁 정책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의 정책을 승계한 것인 만큼 이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한국프로그램 소장은 장 부위원장 처형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개인적 통치 스타일과 연관지었다.
그는 "김정은은 성격상 가혹하고 용서를 모르는 인물"이라며 "장성택 처형은 자신에 도전하는 자는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톨로라야는 "장 부위원장 처형을 통해 김정은은 소련시절 스탈린의 숙청에 못지않은 잔인한 숙청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관계없이 북한 지도부가 선택한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그대로 지속될 것이며 대남 관계의 해빙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