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연구부 왕쥔성(王俊生)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성택은 확실히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고 중국 역시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볼 때 (장성택 처형은) 북한의 국내문제기 때문에 조한(남북), 중조(중북) 관계 등 외교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장성택의 주요혐의가 정권 전복으로 밝혀진 것은 북한정권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장성택의 가장 큰 죄명은 전복정복 혐의인데 제가 볼 때도 장성택은 실력에서나 혈연관계 면에서 모두 김정은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정권은 김정은으로의 '유일 체제'를 구축하려는 과정에 있는데, '실력자' 장성택이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왕 박사는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북한이 중국에도 장성택 사건에 대해 함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장성택 체포 사실이 공개되고 나서는 전후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왕 박사는 "개인적으로 볼 때 이런 문제는 북한과 중국 사이에 반드시 소통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에서도 이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던 인물은 아주 적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성택이 체포된 뒤에는 아마도 중국에 배경과 결과를 상세하게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제문제 전문가인 류장융(劉江永) 칭화대학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교수도 장성택 처형은 북한의 내부문제로 북중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장성택 처형이 중북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본다"면서 "이 일은 완전히 북한 내부의 자체 사안"이라고 강조한 뒤 "나는 이번 일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택 처형으로 그가 주도해 온 경제 특구 설립 등 중국을 활용한 경제개발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북한은 내부적 필요에 의해 경제개발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발전 노력은 지속할 것이며 이는 필연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 "북한이 경제개발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북한 자체 뿐 아니라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태도에 달려있다"면서 "북한 스스로도 대외에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겠지만 세계도 북한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콩의 친(親) 중국계 신문인 대공보(大公報)는 이번 사건으로 앞으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대공보 인터넷판은 평론가 무춘산(木春山) 명의의 글에서 "이번 장성택의 처형은 북한의 정치투쟁 모델이 1950∼1960년대식 형식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북한 정국의 불확실성이 증대됐고 중국과 북한 관계가 시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세 가지 신호를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이 과거 정치투쟁 때와는 달리 장성택 관련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이는 김정은이 권력 상실에 공포를 느끼고 체제에 도전하는 사람에 대해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이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복잡하고 심각하다면서 복잡성은 중국의 대북 정세 판단에 변수가 존재한다는 데 있고 심각성은 이번 사건이 중국이 북한 내정에 대해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 데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보는 중국이 북한에 가장 요구하는 것은 '안정'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장성택 사건은 중국에 대해 북한의 불안정성 요인이 한국보다 훨씬 크고 훨씬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이 때문에 앞으로 중국의 국가 이익에 손실을 줄 주요 요인이 북한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