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81명 열광케 한 'LG 추격전' 빛은 바랬지만…

모비스, 3강 경쟁팀 LG의 거센 추격 따돌리고 신승

창원 LG의 신인 센터 김종규가 14일 창원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전에서 훅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BL)
창원 LG의 연고지인 창원시는 원래 농구 인기가 높기로 유명한 도시다. 지난 몇년동안 농구 열기가 조금은 가라앉은 듯 보였지만 김시래와 문태종 그리고 특급 신인 김종규가 가세한 올 시즌은 전성기였던 프로농구 초창기 시절에 못지 않다.


14일 오후 창원 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LG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무려 7,181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올 시즌 LG의 한 경기 최다관중 기록이다. 당당하게 선두권 경쟁에 합류한 LG에게 보내는 팬들의 지지는 어마어마하다.

이날 상대는 서울 SK와 더불어 3강 체재를 구축하고 있는 모비스라 관심이 더욱 뜨거웠다.

LG의 농구에는 흥행 요소가 많다. 김시래는 톡톡 쏘는 플레이로 어필하고 있고 문태종은 설명이 필요없는 리그 최고의 해결사다. 여기에 김종규가 가세하면서 높이와 화려함이 더해졌다. 김영환과 기승호, 유병훈 등 감초같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도 즐비하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팬들의 발걸음을 농구장으로 이끌게 하는 주된 요소다. LG는 지난 11일 경기에서 승리해 무려 1,496일만에 프로농구 단독 1위가 됐다. 12년만에 신바람을 낸 LG 트윈스의 팬들처럼 요즘 창원 농구 팬들도 신바람이 난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모비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모비스전은 LG에게 중요한 도전 과제였다. LG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신흥 강호라면 모비스는 수년동안 안정된 전력을 유지한 꾸준한 강호였다.

예상대로 모비스는 강팀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LG의 새로운 강점으로 부각된 김종규의 존재를 오히려 약점으로 여기고 문태영과 매치업을 시켰다. 문태영은 김종규를 상대로 전반에만 15점을 올리며 역 미스매치를 마음껏 누렸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골밑을 장악했다. 무려 6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LG의 크리스 메시가 꽁꽁 묵였다.

전반을 43-29로 끝낸 모비스는 3쿼터 한때 18점차로 앞서갔다. 그러나 LG는 7천명이 넘는 홈팬 앞에서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유병훈의 3점슛 2방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이후 LG의 거센 추격전이 시작됐다.

4쿼터 종료 3분32초를 남기고 김종규가 로드 벤슨의 골밑슛을 블록했다. 관중석에서 난리가 났다. 2분3초 전에는 데이본 제퍼슨이 2번째 자유투를 놓치자 김시래가 뒤에서 달려와 팁인 득점을 올렸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로 스코어는 72-68이 됐다. "이제 점수차가 4점이 됐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말에 체육관이 또 한번 들썩였다.

LG의 추격은 거침없이 계속 됐다. 종료 50.4초 전, 문태종의 3점슛이 터지면서 71-73으로 따라붙었다. 이 때부터 상당수의 팬들이 기립했다.

치열했던 승부를 결정짓는 한방을 날린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 (사진 제공 = KBL)

그러나 모비스는 역시 강했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베테랑들의 팀답게 흔들리지 않았다. 양동근이 종료 28.1초 전 3점슛을 성공시켜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모비스가 웃었다. LG의 4연승을 저지하며 78-73으로 승리, 전통 강호의 면모를 보여줬다. 상대의 거센 추격에 고전하다가도 끝내 흔들림없이 승리를 지켜내는 저력은 강호로 발돋움하고 있는 LG에게 좋은 레슨이 됐다.

LG의 추격전이 절정을 향하던 4쿼터 막판 장내 아나운서는 흥분된 목소리로 "LG가 달라진 게 있다면 바로 위기관리 능력입니다"라고 외쳤다. 팬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건넸다. LG가 달라진 부분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가 모두 드러난 한판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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