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박근혜표 예산'을 사수하는 데 공을 들이는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염두에 두고 이런 예산에 제동을 걸며 대대적인 칼질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여야가 박근혜 정부의 신규 사업들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쟁점 예산들이 무더기 보류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진행된 예결특위의 예산안 조정소위에서 여야는 새마을 운동 관련 사업과 국민대통합위원회 사업, 4대강 후속사업 등 34개 예산을 놓고 충돌해 삭감을 보류했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계속해서 '새마을'이나 '창조' 명칭이 들어간 예산을 깎자고 하는데, 이는 '박근혜표 예산'을 깎겠다는 얘기"라며 "대통령이 공약을 실천하려는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겉과 속이 동일한 모습으로, 정치적 투쟁으로 예산 심사를 할 게 아니라 정말 민생 차원에서 국민에게 약속 드린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측 예결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누리당 핵심 지도자의 지역구에서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고, 다른 나라에 없는 새마을 지도자 세계회의를 열겠다는 건 전시성·일회성 예산"이라고 반박했다.
예산소위 위원인 박수현 의원도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던 창조경제의 실체를 알 길이 없다"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고 빈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박근혜 정부 첫 예산이 그 짝이다. 이명박 정부 6년차 예산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고 했다.
여야의 신경전은 국가보훈처 예산을 정점으로 더욱 불붙은 형국이다.
예산소위는 지난 13일 국가보훈처의 예산 심사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박 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파행됐다.
또 민주당은 보훈처의 '나라사랑 교육' 예산을 편향적인 안보교육 예산이라며 기본경비 10% 삭감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불가론으로 맞섰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북한이 급변사태에 있고 한반도 안정에 대해 걱정들을 많이 하는데, 이런 때일수록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나라사랑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나라사랑 교육 예산을 전체 삭감한다고 해서 (그 예산을) 다른 쪽으로 돌릴 생각은 없다"며 "보훈 대상자들의 후생 복지를 위해 단돈 5000원이라도 더 올려드리자는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이 요구한 국회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가 가동 중인 가운데 전체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안의 연계 가능성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최 의원은 "국정원 예산 제도를 개혁하기로 했으니 각 부처 예비비는 결국 국정원 개혁법안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이렇게 연동되는 부분을 감안해) 빠르면 화요일쯤 1차 감액 심사가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소위는 이날 국가보훈처를 시작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통일부에 대한 삭감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야가 보류한 쟁점 예산들은 삭감 심사가 끝난 뒤 여야 협의를 통해 일괄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