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박도 민영화 반대" vs 政 "불법 파업 엄정대처"

코레일 "인력 부족 절감… 16일부터 열차 운행 대폭 축소"

14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노동탄압 중단 범국민 대회'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2만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이 철도 민영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박근혜 대통령도 철도민영화에 반대했다"며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한 반면, 정부와 코레일은 '불법·정치적 파업'이라며 엄정 대처할 뜻을 보여 노사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철도노조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코레일은 오는 16일부터 열차 운행을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

◈노조 "朴, 대선 직전 철도 등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했다"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전 박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는 민영화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 17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출한 '철도노동조합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서' 사본을 공개했다.

이 답변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수서발 KTX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과 같은 방식의 KTX 민영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난 4월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고 답했다.

또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해서도 "철도, 가스, 공항, 항만, 방송 등 국가 기간망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나 동의 없는 민영화는 반대"라며 "효율성만 고려해 일률적인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철도산업 선진화 정책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철도노조는 "지난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 재임 시절 파업에 대비해 '대체기관사양성팀(TF)'을 구성해 대체기관사 면허를 남발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14일 경영간부회에서 허 사장은 "2010년까지 대체기관사를 충분히 확보해 어떤 파업에도 국민의 불편함이 없도록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노조는 "지난 11일부터 3일 동안에만 철도 현장에서 15번이나 고장·사고가 일어났다"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차량정비·검수 업무가 열차운행 수준과 연동되기 때문에 대체인력 투입은 필연적으로 안전사고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철도노조는 "현재 코레일 측은 파업 철회 없이 대화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철도노조와 국토교통부간에 TV 생중계 맞짱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는 오는 17일까지 정부와 코레일에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할 경우 17일 권역별 집회를 진행한 뒤, 박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는 오는 19일 2차 대규모 상경투쟁을 진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 정부·코레일 "이번 파업은 불법 파업… 엄정 대처할 것"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파업 승리 민영화 연금개악 저지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이상무 공공운수 노조 위원장이 삭발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하지만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청사에서 차관회의를 열고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파업이라며 엄정 대처할 뜻임을 거듭 밝혔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이 정부정책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불법파업으로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파업참여자들에게 즉시 현업에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 역시 이날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지금 철도파업은 외부 개입으로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는 코레일 직원들이 파업하는 것을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거론하며 "직위해제는 해고가 아닌 인사대기명령"이라며 "추후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가담 정도에 따라 경징계와 중징계로 처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코레일 "계획대로 열차운행 대폭 축소"

이런 가운데 코레일은 13일에 발표한대로 열차운행을 대폭 감축하는 '열차운행 조종계획'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철도노조 파업 장기화 대비 열차운행계획 변경' 브리핑을 갖고 "16일부터 주중 수도권 전동열차 운행 횟수를 2109회에서 1931회로 8.4% 감축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KTX의 경우 오는 17일부터 평소 대비 일 평균 24회 감축 운행된다. 하루 평균 주중 200회, 주말(토요일) 232회 운행에서 주중 176회(12% 감소), 주말 208회로 감축 운행된다.

수도권전동열차는 주중에는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하고 178회 감축 운행되지만, 주말은 평상시와 동일하게 운행된다.

일반열차는 새마을호와 통근열차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지만 무궁화호는 10회 감축운행하는 한편 누리로 열차는 12회 증편 운행키로 했다.

앞서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10일부터 출퇴근 시간 서울과 신창 구간을 오가는 누리로 22개 열차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근하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이 대체인력까지 투입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통근 시간대 열차 편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해 "파업에 대한 불만을 높여 여론몰이를 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한편 물류 대란을 고려해 화물열차 운송은 16일부터 제천∼오봉 2편, 제천∼광운대 4편 등 6개 열차가 증편 운행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복귀율이 생각보다 저조한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대체 인력의 부족을 절감하고 있다"며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체인력의 피로도와 안전운행 위해 열차운행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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