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의회는 15일(현지시간) 무인기 공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국영 사바 통신이 보도했다.
이 조처는 최근 민간인 학살 논란을 빚은 미국 무인기에 대한 현지 반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 구속력은 없고 상징적 권고의 성격이 강하나 미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미군은 예멘 정부의 알카에다 소탕을 지원한다며 무인기 작전을 펴고 있지만 지난 12일 알카에다 거점인 바이다주 주도(州都) 라다 인근에서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차량행렬을 무인기로 공격하면서 반발에 부딪혔다.
현지 주민들이 사망자 17명이 모두 민간인이라면서 무인기 규탄 집회를 벌인 것이다. 예멘 당국은 해당 공격이 알카에다 고위간부 2명을 노린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오인 공격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주민 수백명은 13일 폭격 사망자 13명의 장례식 때 라다와 수도 사나 사이의 도로를 하루 동안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공개된 폭격 사망자 명단 중에는 예멘 당국의 알카에다 수배자 2명이 포함됐으나 다른 사망자들은 대부분 카이파 부족 방계파에 속한 민간인이다. 카이파족은 자체적으로 무장한 현지 유력 세력이다.
현지 부족장은 최근 AF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항공기가 국민을 공격하는 것을 예멘 정부가 막지 못한다면 우리에 대한 통치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멘은 아라비아 반도 남쪽 끝에 있는 빈국으로 미국이 현재 가장 위협적인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활동하는 곳이다.
미군 측은 무인기 공격이 AQAP 조직을 소탕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간인 공격 시비와 반미 감정만 부추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도 아이들과 여성 등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고 있다는 비난을 사면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