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휴대폰 화질 경쟁 이젠 무의미

화소 밀도, 이미 인간 시각 한계 넘어

초고화질 HD TV나 최신 스마트폰, 태블릿 등이 내세우는 극도로 선명한 영상은 이제 인간이 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더 이상의 화질 경쟁은 무의미한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NBC 뉴스가 15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애플사가 지난 2010년 '레티나' 화면을 장착한 아이폰4를 내놓았을 때 스티브 잡스는 이미 일상적인 거리에서 인간의 눈은 더 이상 개별 화소들을 분간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디스플레이 테스트 회사인 디스플레이메이트사의 레이먼드 소네이라 대표는 '4K'로 불리는 초고화질 TV에 대해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차이를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기기의 PPI(인치 당 화소 밀도)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아이폰의 PPI는 326에 머물러 있지만 경쟁 제품인 HTC ONE과 LG G2의 화면은 400 이상의 PPI를 자랑하고 있다.


TV의 경우 HD TV에 비해 4배 이상 선명하다는 '4K' 초고화질 화면은 3840x2160의 화소 밀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일반 HD TV조차도 일반적인 시청 거리에서는 '레티나' 수준의 화질로 보이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는 4K와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컬럼비아 대학의 돈 후드 안과학 교수는 "눈 자체의 한계 때문에 그 이상의 밀도는 잘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니와 삼성은 '영상의 혁명'이라고 부르는 4K 화면을 이미 생산하고 있는데 소니는 3천~2만5천 달러 가격 범위대의 이들 TV에 대해 "HD보다 4배 선명하다"고 선전하고 있으며 삼성은 가격 4만달러의 85인치 TV에 대해 "숨막히는 화질, 새로운 충만감"을 약속한다.

사람의 시야는 약 200도, 반원보다 약간 넓은 범위이다. 팔을 완전히 뻗었을 때 검지 손톱의 폭이 1도에 해당한다.

이 검지 손톱이 120개의 흑백 선으로 덮여 있다고 가정할 때 이들 선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가 인간 시력의 이론적 한계이다.

실제로 이처럼 뛰어난 시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이보다 2배 굵은 선도 구별하지 못한다.

휴대전화나 태블릿의 화면이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는 보는 사람으로부터의 거리에 달려 있다.

거실에서 40~60인치 TV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2~3m 거리를 두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큰 TV를 사거나 의자를 TV 쪽으로 바짝 당기기 전에는 더 이상 선명한 화면 해상도는 알아차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 회사들이 화질 경쟁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애플의 레티나 화면에 처음 의문을 제기했던 유타 주립대의 브라이언 존스 교수는 "역사를 보면 인간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일단 만들어 보고 누군가가 그걸 이용해 돈을 벌지만 TV의 경우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 주립대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랜디도 "굳이 말하자면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동조했다.

전문가들은 화질 경쟁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이상 앞으로 디스플레이는 색상을 보다 잘 보여주는 '양자 점'(quantum dot) 기술, 영화와 게임 속에서 보다 현실적인 명암과 영상을 보여주는 '다이나믹 레인지' 기술 등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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