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사고 뒤 조폭 행세…거액 뜯어낸 '동네 형들'

위반차량 과실 90% 인정되는 진로변경 금지장소 위반 차량만 골라 범죄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교통법규 위반 차량만 골라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자신들을 '조폭'이라고 위협하며 보험사 직원들을 폭행·협박해 거액의 보험금을 뜯어낸 토착폭력배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동공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리 토착폭력배 김모(27)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정모(26) 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해 3월 외제차를 중고로 구입한 뒤 출퇴근시간대 서울 일대를 돌며 진로변경 금지장소 위반 차량만 골라 고의로 사고를 냈다.

이어 상대방에게 문신을 보여주는 등 조폭처럼 행세하면서 상대측 과실로 보험접수를 하도록 했다.

이들은 보험사 직원을 만날 때도 서너 명씩 무리지어 다니고 문신을 과시하면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김 씨 등은 보험사 직원에게 과다한 보험금을 요구하면서 "내가 구리 지역 조폭이다. 당신 하나 없애는 것 일도 아니다"라며 협박, 1년 6개월 동안 32회에 걸쳐 4억 원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고 경위를 의심하는 피해자들의 신고를 막기 위해 "당신들의 연락처를 우리가 알고 있다"며 주지시키면서 겁을 주기도 했다.

또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장소를 골라 피해운전자들과 약속장소를 잡거나, 휴대전화로 녹취도 못하게 하려고 소지품을 뒤지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 등은 또 외제차 서비스센터에서 직원들을 폭행하거나 가족을 볼모로 협박해 고가의 차량을 강제로 대차하는 등 서비스 명목으로 의무없는 일을 강요하고 대차한 차량의 부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고의로 저지른 21건의 교통사고가 모두 '진로변경 금지장소 위반 차량'을 노린 것"이라며 "상대방의 교통법규 위반사실이 명백하고, 위반차량의 과실비율이 90% 이상 되는 점을 악용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기도 구리의 한 중학교 선후배들로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명령에 복종하는 등 위계질서를 갖추고 조폭인양 행동한 토착폭력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부당하게 뜯어낸 범죄수익을 전부 현금으로 출금해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직폭력배들의 이같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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