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군관구 지역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 러', 이스칸데르 서부 지역 배치 확인 = 국방부 공보실장 이고리 코나셴코프는 "이스칸데르 전술 미사일이 실제로 서부군관구 미사일 부대와 포대에 배치돼 있다"면서 "이스칸데르 배치 지역은 어떠한 국제협정이나 합의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06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간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500㎞의 단거리 전술 미사일로 상대의 미사일 시스템, 장거리 야포, MD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최신형 무기로 알려져 있다.
서부군관구는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를 포함해 러시아 서쪽과 서북쪽 영토의 대부분 지역을 포함한다. 서부군관구에 배치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발트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과 폴란드, 독일 등을 사정권으로 한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 발표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와 관련한 서방 보도를 확인한 것이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앞서 자국 보안 기관의 기밀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가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접경한 칼리닌그라드주와 발트3국 접경 지역에 이스칸데르(나토명 SS-26 Stone) 미사일 10기 이상을 배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주변국 등 즉각 우려 표명 = 러시아 주변국들과 미국은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가 해당 지역에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라며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하는 것은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이는 나토 전체의 문제로서 나토와 EU 차원에서 협의와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라트비아의 아르티스 파브릭스 국장장관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와 관련 "해당 지역의 군사력 균형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발트해 주변 국가들에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칼리닌그라드 지역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러시아에 전달했다"며 "우리는 러시아에 그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서부 지역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는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 유럽 미사일 방어(MD)망 구축 계획을 강행하는 데 따른 대응조치로 분석된다.
한편 러시아는 17일(현지시간) 흑해 연안의 남부군관구로도 이스칸데르 미사일 대대를 처음으로 배치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 제1차관 아르카디 바힌은 앞으로 몇개월 내에 이스칸데르 미사일 2개 대대가 남부군관구에 추가로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나토의 유럽 MD 계획에 대한 대응 조치 = 러시아는 그동안 이란의 미사일 위협 등을 명분으로 미국과 나토가 추진해온 유럽 MD 계획이 자국 핵전력의 상대적 약화를 초래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특히 최근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이 타결되고 나서는 나토 측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미국 등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앞서 지난달 말 이란 핵문제 타결로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이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추진해온 유럽 MD망이 필요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지난주 대의회 국정연설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로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은 이름 그대로의 방어 무기가 아닌 공격 전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 변수와 관계없이 유럽 MD 구축 계획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1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화상 회의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과 관련한 협정에도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유럽 MD 실현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