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역사교실, '보수'브랜드 남기고 '역사전쟁' 키워

10명 강사 중 2명이 교학사 집필진…마지막날 강사 4.3사건 폭동이라 주장한 권희영 교수

김무성 의원 (자료사진=황진환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좌파와의 역사전쟁'이 4개월 만에 일단락된다. 김 의원실 측은 지난 9월 시작된 '새누리당 근현대역사교실(역사교실)이 18일 강의를 끝으로 시즌 1이 마감된다고 밝혔다.

차기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 의원은 이 모임을 통해 '보수 본색'을 드러내며 세(勢)를 결집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로 촉발된 '역사전쟁'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특히 마지막 날까지 교학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현대사학회 회장을 강사로 선정한데 대해서 근현대사를 보는 편향적 시각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명의 강사 '보수 성향' 뚜렷…교학사 집필진 2명도 포함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10번의 강연 강사진들만 봐도 역사교실의 보수 성향은 뚜렷하다. 우편향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진 교학사 고교 한국사 집필자인 공주대 이명희 교수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지난 9월 11일 강의에서 현 국민이 유지되면 좌파에 의해 우리 사회가 전복될 것이라고 공포감을 조장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인지도 불분명한 언급을 거론하며 노 전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비난하는 학자답지 못한 태도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외 이배용 한국중앙연구원장(한국사 교과서 서술의 기본 태도와 검인정 체계), 허동현 경희대 한국현대사연구원장(일제강점시기 역사교과서 서술의 쟁점과 문제),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세계사적 및 문명사적 관점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등이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마지막 강의에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인민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강의를 실시한다. 권 교수는 제주 4.3사건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이 벌인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발언 등으로 시민·역사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0명의 강사 중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이 2명이나 된다.

◈'보수 본색' 강화에 들끓는 '비판' 따가워

인사말을 통한 김 의원의 거침 없는 발언도 그의 보수 본색을 드러내기엔 충분했다. 역사교실 첫 날엔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선포하며 '승리를 선언했고, 이후 모임에서는 교학사 교과서의 왜곡 논란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9월 25일 인사말에선 친일·독재 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교학사를 '국민 기업'이라고 지칭하며 당의 보호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당권 도전이 유력한 김 의원이 보수 색채를 강화하면서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이념 전쟁의 선봉장으로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김 의원의 행보에 대해 여론은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역사를 정치권의 이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로 끌어들이면 안 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야당은 역사교실과 교학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심의를 통과한 것과의 연관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친일 미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을 강사로 선정하거나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것은 여야 역사 전쟁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역사관을 굳이 고집하는 것은 비판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 동안 거침 없던 '보수 행보'를 줄이고 공개석상에서 발언을 아끼기도 했다.

◈조찬 모임 흥행 성공, 무대 '세 결집'에 내부 견제도

10번의 강연 내내 역사교실의 참석률은 높았다. 첫 날 새누리당 의원의 3분의 2가량인 100여명이 역사교실에 가입하고 참석을 했다. 이날까지 역사교실 참석자 명단에는 현역의원만 109명, 원외위원장을 포함해서 132명이 이름을 올렸다.

역사교실이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간인데도 현역의원 50여명은 꾸준히 참석했다. 역사교실 실무를 맡고 있는 김학용 의원실 측은 "많을 때는 80여명, 최근에는 50여명이 참석했고, 평균 58명정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0번의 강의에 모두 참석한 의원은 송영근·이진복·이한성 의원 등 10여명이다. 중진의원으로는 4선의 이주영 의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일각에선 너무 당권을 위한 세 불리기를 일찍 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친박이 주도하는 모임들이 왜 생겼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무대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너무 빨리 세 결집을 해 견제가 심해지는 것은 손해"라고 말했다. 친박의 핵심 관계자는 "공부모임이라고 하지만 공공연하게 '계파'라는 말들이 있어 좋지 않은 시각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역사교실은 마지막 강의를 진행하는 이날, 역사교실 회원 일동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들은 교육부가 교학사를 포함한 8종의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오류를 수정한 것을 옹호하며 역사교과서 왜곡과 오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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