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장성택 측근 망명설'...정부 "아는바 없다"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서 장성택을 체포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장성택 실각, 처형 이후 북한 고위 인사의 중국 망명설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는바 없다'며 망명설을 부인하는 쪽이지만 아니라고 잘라 말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장성택 측근 망명설은 경향신문이 지난 6일자 지면을 통해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최측근이 최근 반당 혐의로 북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중국으로 도피, 한국 또는 제3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했다"고 보도하면서 부터다.

장성택 측근 망명설은 때마침 이날 오후 국정원이 "북한 장성택이 실각한 징후가 농후하다"는 정보를 국회에 보고하면서 초미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장성택이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끌려나가는 장면이 공개된 뒤부터는 비슷한 보도들이 봇물을 이뤘다.


문화일보는 지난 9일 "실각한 장성택의 핵심 측근이 중국에 머물며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11일 인민군 고위장성 출신인 한 측근인사가 북한 핵개발 정보와 장성택과 김정은이 관리하는 비자금 장부를 들고 중국으로 도피했다고 보도했다.

TV 조선은 지난 12일 단독이라며 "중국이 현재 북한 부총리 2명을 보호하고 있는게 확실해 보인다"며 " 북한의 부총리가 9명인데, 그가운데 2명이 망명 요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장성택 측근 망명설'에 대해 "우리가 알기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앞서 남재준 국정원장도 6일 국회에 출석해 경향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아는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망명설이 나돌던 로두철은 17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 당시 주석단에 모습을 나타내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문화일보는 18일 보도에서 "우리군과 정보당국이 처형당한 장성택의 측근으로 망명을 시도중인 인사의 신병을 확보해 중국 내 한국 공관에서 합동심문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망명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 정부가 중국에서 합동신문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아는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현 수석은 "망명, 탈북 또는 그 밖의 사안들에 대해서는 탈북자들의 생명, 안전 그 밖에 여러 사안이 감안된 게 있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안보실장은 '아는 바 없다"고 얘기했다"며 보도가 사실이 아닌쪽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뭔가 있는 게 아니냐"하는 의구심과 함께 "정부가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일보는 19일자 보도에서 '장성택 측근 등 70여명이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망명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이 어수선하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고, 탈북자 등을 통해 북한 내부와 연결되는 루트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도 담겨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을 언론이 무분별하게 전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다.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언론에 탈북 인사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방송이나 지면에 노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고위층이 아닌 북한 인사가 중국 쪽 한국 공관에 망명했거나 망명을 요청했을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은 있다.

북한 문제를 오래 취재해 온 한 언론인은 "고위층 망명설이나 이들이 핵개발 정도 등을 가지고 나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그리 높지 않은 인사가 망명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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