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지닌 한계는?

(윤성호 기자)
지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신드롬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와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21일 CBS 라디오 <주말 시사자키 윤지나입니다>(표준FM 98.1MHz, 토요일 18시~20시)에서 “작은 손짓이 나비효과로 퍼져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계속 될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이 신드롬이 사회적 힘을 가지려면 이념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하고 또한 기성세대가 된 40대에게까지 힘이 미쳐야 하는데, 지금의 확산 양상을 보면 여기서 한계가 보이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최 평론가는 세대 확산의 한계에 대해 “대자보 신드롬이 대학생에서 시작돼서 중고등학생들에게까지 아래로는 퍼져 나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중추를 맡고 있는 40대 기성세대, 즉 위로는 번져가지 못하고 있다”면 “젊은층과 40대의 차이가 빚어지는 이유는, 국민국가 이데올로기의 사회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즉 “지금 젊은이들은 김대중-노무현을 거치면서 군부독재정권과 권위주의 독재정권과는 다른 사회화 과정을 거쳤고 그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면서 “대한민국 체제에 복종하고 그 존속에 항상 굴복해야 한다는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에 젊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는 물들지 않았던 것이며, 그래서 안녕들하시냐는 질문에 과감하게 응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신드롬은 지식인 중심이라는 점도 한계”라며 “안녕들하시냐 묻는 이들은 학생들인데, 정작 안녕하지 못한 이들은 이 신드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념 프레임에 갇히는 문제에 대해 최 평론가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의 성격을 보면, 좌우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실존적인 삶 자체를 놀이하듯 표현하는 안부 묻기 형식의 탈정치, 탈권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보수 진보 모두 이 목소리들을 정치적 진영 논리 안에 가둬놓고 있고, 이래서는 이런 신드롬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즉 “보수측이 이런 대자보 흐름을 종북 좌파들의 목소리로 몰아가려는 것것도 문제지만, 진보 정치권마저 이런 목소리들을 특정 정치 진영에 대한 공감이나 지지로 연결시켜려는 시도 역시 문제”라는 것.

최 평론가는 진보적 정치권을 향해 “지난 대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당시 SNS 여론을 야당의 정치적 프레임 안에 놓으려 했고 겉보기에는 대선 승리가 분명해보였지만 부분적 착시현상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야권은 진영논리와 자신의 프레임을 내려놓고 대자보 신드롬 속에서 펼쳐지는 실제적인 목소리들을 허심탄회하게 밑으로부터 수렴하는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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