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듣고, 뺨맞고…" 연말 기초질서 단속 공무원은 '동네북'

서면특화거리 상시 단속 공무원, 취객들로부터 욕설·폭행 등에 시달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연말을 맞아 인파가 많이 몰리는 서면 지역의 정화를 위해 관할 공무원들이 기초질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취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것은 물론, 악의적인 음해로 승진상 불이익을 당할 위기에 놓이는 등 단속으로 인한 안팎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곳곳에 설치된 트리와 캐럴로 한껏 들떠 있는 주말 밤 서면 특화거리.

한 40대 취객이 거리 한가운데 마시다가 만 음료 캔과 담배꽁초를 버린다.


기초질서단속에 나선 부산진구청 단속반이 다가가 "쓰레기 무단투기는 과태료 5만원에 처한다"며 신분증을 요구한다.

공무원들의 모습을 아래위로 훑어보던 이 남성은 바로 태도를 바꾸며 "야, 이 XX야, 당신이 먼저 신분증 내놔. 공무원이 선량한 시민 잡는다" 등 입에 담기 험한 욕설과 공무원 비하 발언을 일삼는다.

취객들의 경우 이렇게 실랑이가 30분 정도 벌어져도 신분증을 받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절반에 불과하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가방에 있던 스타킹 비닐과 귤껍질 등을 바닥에 버린다.

뒤따라가던 단속반이 여성을 붙잡아 이를 제지하자 이 여성은 "지금까지 사람들 많은 곳에서 한 번도 이런수모(?)를 겪은 적이 없다"고 고성을 지르며 공무원을 윽박지른다.

그러다 잠잠하더니 냅다 뛰기 시작하면서 서면 일대에서 단속반원과 한바탕 레이싱을 벌이다 겨우 잘못을 인정하고 신분증을 제시했다.

서면이 유동인구 백만 명이 왕래하는 부산의 중심지이지만 각종 쓰레기 투기, 불법 주정차, 불법 광고물 등으로 몸살을 앓자 부산진구청 공무원이 2인 1조, 4개 조로 편성해 일주일에 3번 기초 질서와 관련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단속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

대부분 저녁 시간에 단속이 이뤄지다 보니 취객들이 공무원을 밀치거나 뺨을 때리는 것은 기본.

단속반원의 휴대폰을 빼앗아 파손하거나, 인근에 있는 물건을 집어 던지며 격렬히 반응하기도 한다.

심지어, 과태료를 문 것에 앙심을 품은 이들이 인터넷 신문고에 "공무원들로부터 가혹한 대우를 받았다"고 허위 글을 올려 감사를 받는 일도 다반사다.

구청 홈페이지에 단속한 공무원의 실명과 인상착의를 거론하며 악의적인 글을 집중적으로 게시하는 등 음해하면서 열심히 단속한 공무원들은 헛소문에 시달리거나 승진상 불이익을 겪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부산진구청 행정지도관 설창수 담당자는 "무질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쓰레기 무단 투기 3천 3백여 건, 불법 주정차 4천5백여 건 등 모두 8천 5백여 건을 단속해 서면 일대가 깨끗한 거리로 탈바꿈됐다"면서 "단속 공무원들은 상시적인 폭력과 위협에 오늘도 시름 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기초질서는 반드시 에티켓임을 알고 지켜 수준 높은 거리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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