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운데 서민들의 어려움을 경감해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설 명절을 계기로 특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며 "가급적 생계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실무적인 검토와 준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특사 검토 지시는 다소 생뚱맞다. 박 대통령이 원칙에서 벗어난 사면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청와대도 연말이면 불거지는 사면설을 부인한 지가 얼마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특사 검토 지시가 철도노조 파업 장기화와 사상 첫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사면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최근 두 차례나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면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일부에서 사면 얘기가 나오는 데 지금까지 들은 바 없다"며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면 연말 사면은 힘들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에도 거의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사면 얘기가 나오다 보니 여기저기 확인한 흔적까지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사면설이 나돌고 있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법무부에 확인해 본 결과 없다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이런 확인이 아니더라도 박 대통령이 원칙에서 벗어난 대통령 특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이명박 정부 말기 '형님 특사설'이 제기됐을 때 인수위 대변인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이던 지난 1월 당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과거 임기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
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지시가 급하게 준비 됐다는 점은 발언을 꼼꼼히 분석해 봐도 알 수 있다.
설에 맞춰서 하는 특별사면 형식이지만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가 어떤 것인지, 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검토와 준비를 해 달라고 주문한 점은 치밀한 검토와 준비 끝에 일을 시작하는 박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과도 다르다.
박 대통령이 신년 구상과 정책 방향 등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차례로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지만 청와대는 기자회견도 더 상세하게 언론사 사장단, 보도·편성책임자, 정치부장단과 일문일답을 하지 않았냐고 반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