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요일인 22일 밤 10시께 김원진 주일대사관 정무공사는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남수단 현지의 자위대 부대로부터 '한국 부대의 실탄제공 요청이 접수됐다'는 전갈이 왔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입장에서 다른 국가에 대한 무기 제공은 PKO(유엔평화유지군) 협력법, 무기수출 3원칙 등에 복잡하게 걸려있는 문제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하라 국장은 김 공사에게 한빛부대의 실탄 지원 요청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물었다.
김 공사는 이병기 주일대사에게 보고한 뒤 지체없이 서울로 연락, 외교부-국방부를 거쳐 지원 요청이 정부 방침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다. 김 공사는 오후 11시께 이하라 국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정부의 공식 입장이란 사실을 통보했다.
23일 날이 밝자 일본 쪽이 바빠졌다. 이날은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생일로, 공휴일이지만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아침에 이와사키 시게루(岩崎茂) 통합막료장(합참의장 해당) 등 자위대와 방위성 간부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지원을 결정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탄약 제공은 지금까지 상정한 바를 뛰어넘는 내용"이라며 "현지 상황과 인도적 문제, 그리고 긴급성을 감안했다"고 결정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오후 이달초 설치된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의 의사결정기구인 '4인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아베 총리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오노데라 방위상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실탄 지원 결정을 재확인했다.
이후 아베 내각은 정식 내각회의(각의)를 개최하는 대신 안건에 대한 각료들의 서명을 받는 약식 각의를 열어 탄약 지원 방침을 공식 의결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남수단 수도 주바의 자위대 부대에 탄약 지원 명령이 공식 하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