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9개월 단식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작년 8월~올 4월 물·수액으로 버텨…'저항 운동 상징'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9개월 가까이 단식투쟁을 벌여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팔레스타인 장기수가 풀려났다.

지난해 7월 이스라엘 북부 샤타 교도소에 수감돼 2029년까지 복역 예정이었던 사메르 이사위(33)가 23일(현지시간) 오후 전격 석방됐다. 그는 교도소 밖에 있던 구급차에서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뒤 바로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이사위는 지난 2002년 예루살렘 히브루 대학 학생들과 경찰차를 상대로 총격전을 벌인 혐의로 붙잡혀 26년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10년 채운 2011년 가석방됐으나 바로 이듬해 출입이 금지된 서안지구에 들어갔단 이유로 다시 붙들려 왔다.

그는 재수감 직후인 작년 8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올해 4월 말까지 물과 수액만으로 버텼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그는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단식은 이스라엘로부터 석방을 약속받은 뒤에야 멈췄다.


이사위는 석방 직후 교도소 바깥에서 그를 기다리던 취재진에 "(단식투쟁을 통해)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싶었다"며 "이스라엘은 한때 풀려났던 팔레스타인인을 다시 잡아들이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예루살렘 외곽 이사위의 집 근처에선 그의 개선을 반기는 잔치가 벌어졌다. 마을 소년들은 이사위가 그려진 옷을 입고 '저항'이라 쓰인 깃발을 흔들어댔다. 차들도 그의 포스터를 붙였고 거리엔 '승리와 함께 돌아왔다'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이사위의 석방은 지난 7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 재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장기수 104명을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절반은 철창 밖으로 나왔고 연말까지 26명이 추가 석방된다. 나머지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교도소에 갇힌 팔레스타인은 5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967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과 가자지구 등을 점령한 이후 거의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가족 한 명씩을 교도소에 보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순탄치 않다. 팔레스타인 측이 현재 9개월로 잡아놓은 협상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기존 발언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협상 수석은 이날 팔레스타인 라디오 방송에 나와 "(기한 내 최종 합의가 아닌 이상) 어떠한 종류의 협상 기간 연장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내년 4월29일에 끝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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