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빛부대 실탄제공 '적극적 평화주의'와 연결

관방장관 담화에 명시…안보이념 정당성 강조 효과 감안한 듯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남수단의 한국군 한빛부대에 대한 실탄 제공을 새 안보 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와 공식적으로 연결지었다.

아베 내각은 23일 한국에 대한 실탄지원을 사실상의 무기수출 금지규정인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사례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관방장관 담화에 "국제 협조주의에 기초한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공헌해 나간다"는 문구를 넣었다.

지난달 필리핀 태풍피해 현장에 1천 명 이상의 자위대를 급파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적극적 평화주의의 홍보에 활용하는 듯한 모양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아베 총리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기한 구상으로, 지난 17일 최초로 수립된 국가안보전략에서 일본 안보의 '기본이념'으로 자리매김했다.

변화된 안보환경 속에서 세계평화와 안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취지이지만 아사히 등 진보성향의 일본 언론들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개념으로 보고 있다.

미일동맹 맥락에서 자위대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가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이고, 그 논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설명이다. 이들 용어의 궁극적 지향점은 결국 '전후체제 탈피'와 '보통국가화'라는 분석이 많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2+2)에서 집단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인한 뒤 숱한 정상외교 현장에서 '집단 자위권' 대신 '적극적 평화주의'를 거론하며 각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국내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한국과 중국 등이 일본의 우경화 행보로 간주하는 집단 자위권 대신 거부감이 덜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함으로써 집단 자위권 행사용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사실 한국의 요청에 따른 이번 지원 결정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남수단 반군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 군대의 긴박한 상황과 향후 한일관계 등을 감안할 때 일본으로선 실탄 공급을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한 간부는 "한국의 급한 필요에 의해 유엔을 통한 요청이 있었는데도 거절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비상식적"이라며 정부 결정을 지지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유엔군에 대한 무기·탄약 양도는 할 수 없다'는 과거 정부의 입장을 뒤집는 데 따르는 부담과 무기수출 3원칙 형해화 등에 대한 일본 내부의 비판 가능성이 있기에 아베 정권으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리스크를 감수해가며 실탄제공을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적극적 평화주의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도 감안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몇몇 야당들은 아베 정권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는 "(안보 영역에서의) 문민 통제가 형해화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공산당 서기국장은 "무기수출 3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집단 자위권 용인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우편향 노선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생활당의 스즈키 가쓰마사(鈴木克昌) 간사장도 "일본은 분명히 우경화하고 있는데 국민과 국회가 견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다수 조간신문들은 24일자 1면 머리기사로 한국에 대한 실탄 제공 소식을 전했다. '무기수출 3원칙을 일탈했다'(도쿄신문)거나 '3원칙의 예외가 확대됐다'(아사히)는 등 비판하거나 우려하는 논조의 기사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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