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를 주도한 도서관장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문역을 오래 해온 전 상원의원에게 희귀 고문서를 줬다고 진술한 상황에서 이 상원의원이 여러 차례 도서관장의 뒤를 봐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23일 나폴리의 지롤라미니 도서관 고문서 절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상원의원 출신인 마르셀로 델우트리(72)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문서 절도사건은 지난해 5월 나폴리에서 가장 오래된 지롤라미니 도서관의 마리노 마시모 데 카로 관장이 외부 조직과 짜고 도서관에 소장된 희귀 고문서 수백 권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검찰은 데 카로 관장과 다른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사 중이다.
데 카로 관장은 재판과정에서 도서관 운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면서 델우트리 전 상원의원에게도 희귀도서 몇 권을 줬다고 진술했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철학자 지암바티스타 비코의 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델우트리 전 의원이 이 책의 출처를 알고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델우트리 전 의원은 데 카로 관장의 진술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데 카로 관장의 진술을 토대로 델우트리 전 의원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을 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지만 데 카로 관장의 진술이 사실일 개연성은 다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관련 학위조차 갖지 못한 데 카로 관장이 도서관장을 맡게 된 것이 델우트리 전 의원의 영향력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지안카를로 갈란 농업부장관에게 데 카로를 재생에너지관련 고문으로 채용할 것을 권고했다는 사실을 델우트리는 인정했다. 다만 갈란 장관이 문화부장관으로 옮길 때 데 카로가 함께 이동해 도서관장을 맡게 된 것과 관련해서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델우트리 전 상원의원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미디어제국에서 광고회사를 운영했던 적도 있으며 15년 동안 의원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도서관 절도 사건이 이탈리아 정가에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