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소더비 경매에서 90억 원에 가까운 낙찰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중국 송나라시대 대문호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년-1101년)의 붓글씨가 진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SJ)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이번 파문은 상하이박물관 소속 전문가 3명이 소식이 지인에게 작별을 고하는 내용의 서예작품 '공보태의'(功甫泰議)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면서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신민만보(新民晩報)와의 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왜 이 작품이 가짜라는 감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세한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조만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주장에 대해 소더비 측은 성명을 통해 시대의 걸작이라고 극찬한 이 작품이 진품이라는 점을 "확실히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상심한 당사자는 바로 820만 달러(87억 원)를 들여 이 작품을 입수한 수집가 류이뀌안 씨.
금융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후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집광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류씨는 WSJ에 "개인 수집가와 수집 작품에 대해 상하이박물관 측이 이번 주장처럼 뭔가를 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나는 그런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거액을 들여 이 작품을 사서 중국으로 다시 가져왔다"면서 "그것이 위작이라고 생각한다면, 등 뒤에서 욕하는 대신 그 사실을 일찍 알려줬어야 했다"고 발끈했다.
류씨는 자신이 소유한 박물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상하이박물관이 내 작품에 대해 그렇게 비상한 관심을 보여줘 감사하기 짝이 없다"면서 "학술적 저력을 지닌 상하이박물관 측은 위조품을 전시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위조품에 거액을 쓴 적도 없다"며 비꼬았다.
지난해 개관한 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 개인박물관 개관을 준비 중인 류씨의 소장품이 전문가들의 감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 문인화의 대가인 치바이시(齊白石, 1863년-1957년)가 1946년에 그린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를 2011년 베이징 경매에서 6천540만 달러(700억 원)에 사들여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이 작품 역시 위작 시비에 휘말리자 아직 경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류씨는 '공보태의'가 진품이 아니라면 소더비 측이 환급해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전문가들의 연구보고서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