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제안에 유 씨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에 마취제를 주사하고 망치로 2차례 내리쳐 손가락을 부러뜨린 뒤 '공사현장에서 러닝머신을 옮기다가 손가락이 끼어 골절됐다'고 산업재해보험청구서를 작성했고, 근로복지공단과 민영보험사에서 보험금 5,600만원을 타냈다.
보험금은 타냈지만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유 씨는 결국 엄지손가락 끝을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김씨와 또 다른 브로커인 장모(52) 씨의 유혹에 넘어가 엄지골절 사기를 벌인 보험 사기범들은 모두 21명, 이들이 근로복지공단과 민영보험사로부터 장해급여 등의 명목으로 타낸 돈은 무려 19억 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사업주와 근로자, 목격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뒤 가짜 사업장을 차려 1개월 동안 임대하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을 차린 뒤에는 1~2일 동안 평균 15만원이라는 최고 수준의 일용 임금을 은행계좌로 입금하는 등 보험조사에 적발되지 않도록 치밀한 사전준비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높은 장해등급을 받는 엄지골절 등을 고의로 일으켜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장해급여 등을 명목으로 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의붓아들과 매형, 사무실 직원, 교도소 동기 등에게 사업주와 목격자 역할 등을 교대로 분담시키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인 사업장 등 중소기업 사업주와 2천만 원 미만 공사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산재보험 가입절차가 간이하고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재해가 발생하면 고액의 보험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제도를 이들이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도입한 부정급여방지시스템을 통해 엄지골절 보험사기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반장 윤장석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검사)은 2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브로커 2명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11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관계자는 "보험범죄로 인한 피해는 보험료 이상 등 선의의 보험가입자에게 전가돼 사회적 손실로 귀결 된다"며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국민건강·산업재해·고용·연금보험 등 4대 사회보험 관련 보험사기 단속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