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글','인사파동'…정치에 코꿴 軍, 바닥에 떨어진 신뢰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 기무사령관의 갑작스런 경질과 관련한 인사파동 등으로 안보를 최우선 가치에 둬야 할 군이 정치권과 엮이면서 스스로 국민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19일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사건은 심리전단 이모 단장의 개인적 일탈로 윗선 개입은 없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곧바로 '꼬리자르기'라는 비판과 함께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행적이 청와대에 보고됐고 이를 전직 사이버사령관인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다 전직 심리전단 요원이었던 김 모 과장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정치 글'은 옥도경 사이버사령관과 사이버심리전단 이모 전 단장의 작품"이라고 폭로하고 나서는 등 군의 정치개입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10월 말에는 임명된 지 6개월 밖에 안된 장경욱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군 인사와 관련한 내용을 직보했다는 이유로 전격 경질되면서 군내 인사파동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기무사 개혁' 카드로 사태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육사 27기)과 박흥렬 경호실장(28기), 남재준 국정원장(25기) 사이에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의 동기생들이 이례적으로 군 요직을 차지하면서 '누나회'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는 등 군내 인사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과거 군사독재를 경험한 한국에서 군의 정치개입, 그리고 정치권과의 동거는 과거회귀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군과 정치는 철저히 분리돼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하나회 척결이다. 1961년 전두환, 노태우 등 육사 11기생들이 사적으로 결성한 '칠성회'에 뿌리를 둔 하나회는 단순한 친목모임을 넘어 12·12 군사반란을 주도했다.

하나회 구성원들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정권을 거치며 군을 넘어 정치권력을 장악했지만 온갖 병폐를 드러냈다. 그 결과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뒤 철퇴를 맞았고 이후 군과 정치의 분리 원칙은 비교적 잘 지켜졌다.

하지만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정권에서 행해진 군의 정치개입 사건, 그리고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동생 이름까지 거론되며 불거진 인사파동 등으로 이같은 원칙에 금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국가 안보에 전념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자꾸 정치권에 엮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을 계기로 향후 이같은 우려를 씻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의 정치개입 사건을 3급 군무원이 주도했다는 내용을 누가 믿겠냐"고 반문한 뒤 "이런 수사결과를 계속 고집하면 군이 계속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사 이번 수사결과가 사실이더라도 윗선에 대해 철저히 지휘책임을 묻고, 책임있는 사람이 나서 사과와 함께 '앞으로 정치개입은 절대 없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