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태풍 피해지역, 크리스마스에 모처럼 활기

초대형 태풍 하이옌의 엄습으로 8천명 가까이 사망·실종된 필리핀 중부의 참사 현장에도 크리스마스의 평화와 기쁨이 찾아왔다.

최대 피해지역인 중부 레이테 섬의 타클로반 지역 이재민들은 24일 폐허 속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맞을 채비를 서두르는 등 도시 곳곳에서 모처럼 생기가 넘쳐났다.

태풍으로 파손된 타클로반과 인근지역의 가톨릭 성당들도 미사에 참여하는 신도들을 위해 문을 활짝 여는 등 정겨운 광경이 펼쳐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타클로반 지역의 이재민들을 위해 사절을 파견하는 등 필리핀의 태풍 이재민들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교황 사절은 이날 항공편으로 타클로반에 도착한 뒤 현지 성직자들의 안내로 태풍 참사 이후 이재민들이 머무는 공공 대피소 가운데 한 곳을 찾아 위로와 함께 성탄을 기쁨을 나눴다.


태풍으로 끊겼던 전력도 상당 부분 복구되면서 거리 곳곳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암울한 타클로반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등 축제 분위기가 살아났다.

피해지역인 팔로 교구를 맡은 한 성직자는 코코넛 나무와 방수천으로 급조한 임시 성당에서 신도들에게 "우리에게 닥친 엄청난 참사 이후에는 뭔가 아름다운 일이 펼쳐질 것"이라며 이재민들을 격려했다.

그는 태풍이 주민들의 삶을 바꿔놓았지만 더 좋은 일이 다가올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피해를 안겨준 태풍 하이옌의 상흔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많은 인명이 희생된 레이테 섬의 팔로 마을에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여전히 문을 닫은 가운데 치안마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신앙으로 힘겨운 현실을 견뎌내고 있다.

팔로 지역 주민인 로널드 라고(47)는 가족들과 함께 미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우리가 함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태풍 참사 이후 깊어진 가족애를 숨기지 않았다.

한 주민은 이번 태풍으로 친지를 15명이나 잃어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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