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철도노조 지도부…긴장 가득한 조계사

경찰 노조 체포 위해 조계사 사실상 포위… 노조는 "종교계가 중재 나서달라"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은신 중인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철도노조 지도부가 서울 조계사 내부로 피신한 가운데 체포에 나선 경찰이 25일 조계사를 에워싸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박태만(55) 수석부위원장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전날 밤 8시 10분쯤 철도조합원 4명과 차량 1대를 타고 조계사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역시 전날부터 이들이 조계사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의경 3개 중대와 사복경찰 등을 동원해 검문검색을 벌여왔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과 길목에 경력을 배치하고 드나드는 시민과 차량을 검문검색하며 노조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날 박 수석부위원장은 오후 6시 40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서 철도 문제를 해결하도록 중재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오직 조계사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온 국민이 대화에 나서라고 얘기해도 귀를 막는 정부에 대해 이제 종교계가 대승적으로 나서서 철도 파업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명환 위원장도 조만간 공개된 장소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무런 조건 없이 국민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필요할 때 나타나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다만 지난 22일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할 때 빠져나온 경위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변을 거절했다.

이날 박 수석부위원장의 얼굴은 초췌했지만 웃는 얼굴로 극락전에서 기자회견장을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

이 자리에서 한 기자가 박 수석부위원장에게 "불편하다는 신도도 있는데 먼저 나갈 생각이 없냐"고 묻자 기자회견장에 있던 시민들이 "보수 언론은 떠나라"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민주노총은 오는 26일 전국동시다발 지역별 규탄집회를 진행하고 확대 간부 파업과 총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어 28일에는 100만 시민 행동의 날로 정해 민주노총과 철도범대위가 공동으로 오후 3시 광화문에서 철도민영화 반대 집회를 진행한다.

한편 경찰로서는 지난 22일 언론사 건물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다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해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파업 지지자들이 사복 경찰로 추정되는 사람을 끌어내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이날 조계사에서는 오후 2시 10분쯤 사복경찰 2명이 일반 시민으로 위장해 조계사에 들어가 극락전으로 접근하다 시민과 취재진에게 발각돼 사찰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조계사가 종교건물인데다 이미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진입하고도 검거작전에 실패한 만큼 섣불리 진입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또 경찰이 아직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 등 다른 지도부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무리해서 박 수석부위원장을 체포할 경우 소탐대실할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18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노총 진입까지 강행한 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또다시 조계사 강제 진입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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