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소리로 '루돌프 사슴코' '징글벨' 등 캐럴을 잇따라 부른 이들은 생일축가 '해피버스데이 투유'로 합창 행진을 마무리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녀 딜레이니 브라운 양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레이니'라는 애칭을 가진 소녀는 최근 여덟살 생일을 맞았다.
레이니는 최근 국제자선단체인 '메이크 어 위시 재단'의 주선으로 유명 컨트리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디오 채팅을 하던 중 캐럴을 듣고 싶다고 말했고, 이를 들은 주민들은 성탄전야에 너나없이 레이니의 집 앞으로 향했다.
주택가에 캐럴이 울려 퍼진 직후 레이니 가족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레이니가 산소마스크를 낀 채 누워서 엄지손가락 2개를 들어 올리는 사진과 함께 "지금 여러분의 노래가 들려요. 사랑해요"라는 글이 올랐다.
자신을 위한 캐럴 응원에 힘을 얻은 듯했던 레이니는 그러나 며칠 만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오전 레이니를 응원하는 페이스북 계정인 '팀 레이니'의 운영자는 "레이니가 오늘 새벽 3시 10분께 가족과 친구 옆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우리의 어린 천사가 이제 천국에서 핑크색의 빛나는 날개를 얻었습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레이니의 가족도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면서 레이니를 응원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가족은 "레이니는 우리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준 멋지고,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면서 "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고,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는 아이였다"면서 레이니의 명복을 빌었다.
ABC방송 등 현지 언론은 펜실베이니아주 의회 상·하원이 최근 '희망과 영감의 명예대사'로 임명한 레이니의 감동 사연을 전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