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24일) 경찰의 치안감 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인사 뒷담화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들만의 승진'이라거나 '인사가 외압과 청탁으로 얼룩졌다'거나 '인사에 원칙이 없다'거나 하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경찰 치안감 인사, 왜 말도 많고 탈도 많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를 하고나면 뒷말이 많은 것 아닌가?
= 통상은 그렇다. 인사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승진된 사람과 탈락된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인사에 대한 뒷말이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경찰의 치안감 인사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도대체 인사원칙이 뭔지를 모르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찰의 한
중견간부는 "10년 이내에 이 정도로 원칙 없는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도 경찰의 치안감 승진·전보 인사와 관련해 '그들만의 승진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진욱 부대변인은 어제(25일) 논평에서 "경찰이 치안감 승진·전보 인사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하듯 했다"며 "이번 인사처럼 '말 많고 탈 많은' 인사는 처음 본다"고 밝혔다.
▶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냐?
= 어느 조직이나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나올 때는 상식에서 벗어나거나 이례적인 인사가 포함됐을 경우에 나온다.
이번 경찰의 치안감 인사에서 승진한 경무관은 5명이다. 경찰대 5기인 이상식 경찰청 정정보심의관과 행시33회인 서범수 경찰청 교통국장, 간부후보 33기인 김양제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그리고 사시33회인 백승호 경찰청 정보화장비정책관, 간부후보 31기인 정해룡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등 5명이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이들 중 4명이 문제가 있는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22일 민주노총 본부 강제 진입을 지휘한 정보, 수사, 경비 책임자들이 동시에 승진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실인사라는 비판이다.
=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 사태는 압수수색 영장도 아닌 체포영장만으로 무리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경찰의 행태는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경향신문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언론사 건물에 난입한 폭거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는 항의서한을 보냈는데 경찰은 문책을 하거나 처벌 대신에 승진인사라는 아주 이상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승진자 중 이상식 경찰청 정보심의관이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정해룡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이 경기지방청 제2차장으로, 김양제 서울청 기동단장이 서울청 차장으로 승진 발령이 났는데 이들은 '실패'한 작전으로 평가되는 민주노총 진입 사건을 주도한 수사·경비·정보 분야의 책임자들이다.
서울청 수사부는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고, 기동단은 건물 진입과 안팎 경비 등을 담당했으며, 경찰청 정보국 내 2인자인 정보심의관은 지도부의 소재 파악을 위한 정보를 총괄적으로 취급했다.
사실 경찰주변에서는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하나도 집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언론사 건물에 강제진입하면서 논란만 일으켜 실패한 작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면서 경찰의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 작전 실패가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오히려 작전실패가 책임이 아니라 승진요건이 돼버렸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국회답변에서 "철도노조 검거 작전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찰 책임론에 대해 정면 반박했는데 승진인사에서 이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정실인사는 무슨 얘기냐?
= '친박계 핵심' 또는 '친박계 실세'로 불리는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의 친동생인 서범수치안감 내정자가 경무관 승진 2년 만에 고속 승진했기 때문이다.
서 내정자는 2011년 12월 부산경찰청에서 승진한 2년차 경무관이다. 경찰에서의 근무 경력 대부분이 부산이다. 그런데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먼저 치안감을 달았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승진한 경무관이 경찰청 본청으로 전입한 지 만 1년도 안 돼 치안감으로 승진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서 내정자는 올해 4월 경찰청 교통국장으로 전보됐다.
서 내정자는 인사가 단행되기 이전부터 승진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했는데 그 이유가 탁월한 업무능력 때문이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친형이 친박계 실세인 현직 국회의원인데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예상 밖으로 경찰청장으로 낙점되는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들이 파다했다.
서범수 내정자는 "경찰청 교통국장으로서 실적도 있고 업무 성과가 있기 때문에 승진한 것으로 안다"며 "형님인 서병수 의원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서 내정자는 "이번 승진인사에서 경쟁한 A경무관과 동향이고 같은 행정고시 출신이어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경무관 2년 만에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것이 특혜인가?
= '특혜'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1년 만에 승진한 경우도 있고 1년 반 만에 승진하기도 했고 2년 만에 승진한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출신이 다양하다. 순경출신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있고 간부후보생 출신, 경찰대학 출신, 고시출신(사시, 외시, 행시) 등 채용경로가 다양하다보니 승진인사에서는 지역별 출신별로 고려하기도 한다.
이번 인사에서 5명이 승진했는데 서범수 경찰청 교통국장과 김양제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이 경무관으로 승진한지 2년 만에 치안감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경찰에는 43명의 경무관 중 5년차가 2명이고 4년차가 4~5명 3년차도 많이 있다. 그런데
2년차 경무관이 이들을 제치고 승진한 것이다. 이른바 발탁인사가 되는 셈인데 그러면 이례적인 인사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어느 조직이건 발탁인사는 있을 수 있고 이런 발탁인사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명의 이례적인 인사에 대해 경찰내부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거나 "능력보다는 정치권에 줄 대라는 얘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왜 경찰의 치안감 인사가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것이냐?
= 치안감 인사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졌다. 치안정감 인사가 지난 3일에 있었으니까 3주가 걸렸다. 그러면서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 통상 치안정감 인사가 단행된 뒤 1주일 이내에 후속 치안감 인사가 단행됐지만 이번에는 3주나 걸렸다.
게다가 인사를 앞두고 인사담당자가 중간에 그것도 휴일에 이례적으로 교체됐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경찰청 인사담당관을 전격 교체했는데 경찰 고위직 인사를 둘러싼 난맥상이 극에 달하면서 취해진 고육지책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인사담당자를 교체한 다음날인 16일 열린 참모회의 석상에서 참석자들에게 "외부에 인사 청탁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이 얘기는 인사 청탁이 많아서 인사하기 어렵다는 걸 토로한 것이다.
특히 이성한 경찰청장이 A경무관을 1순위로 청와대에 올렸는데 이 인사안이 반려됐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런데 인사안이 공개된걸 보이 우려대로 나왔다는 얘기다.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가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를 통해 기회도 주고 조직의 사기를 키우고 그러는 것이다. 인사를 통해 조직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 원칙이나 메시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의 제1원칙은 '신상필벌'이다. 그래야 뒷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경찰의 중견간부는 "이번 인사는 철학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경찰청장의 지휘력도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혹평을 했다. '왜 그런 혹평을 하느냐?'라고 물으니 "이번 인사가 경찰에 주는 메시지가 '본연의 일에 충실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 열심히 줄 대기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가를 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인사는 투명해야 하고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면서 "인사가 납득할 이유 없이 지연되고 특정 인사와 가까운 사람이 승진되고 그런 게 된 건 좋지 못하다"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힘 있는 정치인과 가깝다거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경찰근무 경력이나 평판과 관계없이 승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그 조직은 일보다는 정치권 권력의 눈치 보기 줄 대기에만 연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인사를 한 뒤 뒷말이 없어야 한다.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면서 "인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잣대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 경찰내부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경찰청장이 조직을 제대로 지휘하기 위해서는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그리고 열심히 일한 부하들을 발탁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 그렇게 되지 못했다. 5년차의 경무관은 흠결이 없는데도 승진에서 밀리고 2년차의 경무관이 특별한 공적이나 업무실적이 없는데도 초고속 승진한다면 누가 경찰청장의 말을 듣겠냐 하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내부의 중견간부는 "경찰청장이 A경무관을 1순위로 인사안을 올렸다, 그런데 이게 안 되고 다른 사람이 됐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라며 "경찰청장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고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했다면 그게 왜 경찰청장이 책임질 일이냐?'라고 물으니까 "경찰청장의 지휘권에 심각한 타격이 가는 일이고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고, 경찰조직에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정치권에 줄을 잘 대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가 경찰청장은 힘이 없으니 다들 정치권에 줄 대라고 하는 아주 노골적으로 공표하는 결과라는 얘기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지금 단정적으로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국정원 댓글사건의 중간수사결과를 엉터리로 발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게 아니라 정치권에 줄 대는 일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이다.
민주노총 강제진입은 실패한 작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정권차원에서 비판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를 손보기 위해 무리한 진압을 펼쳤는데 결과와 관계없이 관련자들이 승진잔치를 한다면 정권에서 시키는 일에는 목숨을 걸고 하지 않겠나?
영화 '변호인' 봤나? 경찰관들이 고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법을 어기는 일인데 고문을 해서라도 조직사건을 만들어 내라고 하면 만들어왔던 게 과거 경찰의 모습이다. 그렇게 하면 승진에서 혜택을 받았고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