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폰의 무덤에 해외직구 꽂히다

해외직접구매 늘어나는 외국 스마트폰

국내 소비자들이 외국 스마트폰을 찾아 해외사이트를 클릭하고 있다. 스마트기기의 직구(직접구매)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과 달리 가격 대비 성능과 디자인이 뛰어난 데다 기능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외산폰의 무덤' 한국시장을 파고드는 '해외직구'의 힘을 살펴봤다.

대학생 이수민(21ㆍ가명)씨는 한 포털사이트의 카페 '폰순위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모임'의 회원이다. 평범한 IT커뮤니티로 보이지만 이곳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스마트폰이 많다. 이를테면 4050mAh 대용량 배터리(화웨이 어센드 메이트)를 탑재했거나 더블액정(HTC 인크레더블S)을 사용한 제품이다. 국내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외국 스마트폰이다.

이씨는 고민 끝에 올 3월 노키아 루미아 1000을 구매했다. 주문은 해외사이트에서 했다. 사이트는 한글이 지원되지 않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회원들이 올린 주문ㆍ결제ㆍ배송 정보를 참고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구입한 루미아 1000의 카메라는 최고급 화질을 자랑한다. 후면카메라는 4100만 화소다. 삼성전자 갤럭시S4의 후면카메라가 1300만 화소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급 화질이다.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에 고화질 카메라가 필요했고, 국내 스마트폰보다는 외국 스마트폰이 고화질인 경우가 많아 노키아를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외국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해외쇼핑가격비교사이트 크리겟에 따르면 올해 12월 16일 현재 해외쇼핑몰을 통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의 직접 구매량이 지난해(70건)보다 132% 증가한 163건을 기록했다. 주문량이 많지는 않지만 1년 사이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외국 스마트폰 직접구매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구매대행업체에서도 보인다. 엑스펜시코리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애플 아이폰5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구글의 모토로라G, 소니의 엑스페리아Z, 블랙베리의 블랙베리 Z10, 노키아의 루미아920 등 다양한 외국 스마트폰이 팔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외국 스마트폰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내 스마트폰과 달리 디자인, 음질, 카메라 등 기능이 다양하고 희소성 있어서다. 기본 앱만 설치된 것도 외국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인터넷, SNS, 전화 위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고, 이동통신사를 마음대로 골라 개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올 11월 미국에서 출시한 구글의 모토로라G를 국내 소비자가 해외사이트에서 구입해 MVNO(가상이동통신사업자)에 가입해 통화와 인터넷만 한다고 가정하자. 모토로라G 가격은 20만원대다. 국내 소비자가 모바일 1만원 요금제를 사용하면 한달 요금은 1만원 안팎이다. 에버그린 모바일 1만원 요금제는 통화 100분, 문자 100개를 기본으로 지급한다.

주목할 점은 외국 스마트폰 직구시장의 성장세가 갖는 의미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국내 스마트폰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척 흥미롭다. 크리겟 관계자는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다는 것은 외국 단말기 시장이 개방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만일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해 통신사를 가입하는 것이 일반화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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