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시위대 정면충돌…'조기총선' 갈등 심화

태국 정부의 내년 2월 조기총선 강행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26일 수도 방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정면 충돌했다.


총선 전(前)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이날 총선 투표용지 기호 추첨이 열린 방콕 시내 종합경기장에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하며 강력히 저지했다.

시위에 참여한 수백명은 경찰에 돌을 던지며 경찰통제선을 뚫으려 시도했고, 일부는 새총으로 무장한 채 경기장 문을 부수려고 트럭까지 동원했다.

앞서 선거관리위원회 보호 차원에서 최루가스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힌 정부는 경찰 1천여명과 무장 군인을 투입해 시위대의 경기장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종합경기장과 주변 지역에서 이번 충돌에 따른 심각한 부상자가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 한 명이 어디선가 날아든 총알로 팔에 총상을 입었다고 경찰 당국은 밝혔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한 사이 경기장 내부에서는 기호 추첨이 진행됐다. 30여개 정당 대표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호 추첨은 시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30분만에 완료됐다.

행사 종료 후 선관위 관계자 일부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경기장을 떠났다.

방콕 시내에서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은 2주 만에 처음이다.

집권당인 푸어타이당은 반정부 시위대가 선거 과정을 방해하더라도 후보를 내서 총선을 치를 계획이다. 이 정당은 2001년 이래로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8월 중순부터 잉락 친나왓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잉락 총리는 해결책으로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제안했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과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2월 2일 총선 실시에 반대하면서 총선 전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잉락 총리는 이어 지난 25일 각 분야 대표 499명으로 구성된 국가개혁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가 개입할 것이 분명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퇴진을 재차 요구하며 광범위한 시민불복종 운동과 거리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친동생인 잉락 총리는 지난 2년의 집권기간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정부를 이끌었지만 지난 8월 부정부패로 권좌에서 쫓겨나 국외도피 중인 탁신의 사면을 꾀하다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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