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는 또다시 유혈 충돌 사태를 빚자, 총선 일정의 무기한 연기를 권고하고 나섰다.
이날 수도 방콕 시내에서는 총선 이전에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총선 투표용지 기호 추첨이 열린 종합경기장에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정면 충돌했다.
방콕 시내에서 연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은 2주 만에 처음이다.
시위에 참여한 수백명은 경찰에 돌을 던지며 경찰통제선을 뚫으려 시도했고, 일부는 새총으로 무장한 채 경기장 문을 부수려고 트럭까지 동원했다.
이에 맞서 정부는 경찰 1천여명과 무장 군인을 투입했으며,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하며 시위대의 경기장 진입을 강력히 저지했다. 정부는 앞서 선거관리위원회 보호 차원에서 최루가스 사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충돌 와중에 경찰 1명이 가슴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으며, 30여명은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건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경찰도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한 사이 경기장 내부에서는 기호 추첨이 진행됐다. 30여개 정당 대표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호 추첨은 30분만에 완료됐다. 선관위원 4명은 행사 종료 후 헬리콥터를 이용해 경기장을 떠났다고 선관위 대변인은 밝혔다.
한편, 선관위는 정부와 반대세력 간에 평화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내년 2월 2일로 예정된 총선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이날 정부에 촉구했다.
선관위의 프라윗 라타나피엔 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헌법에 따라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조직할 수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태국 정부는 선관위의 권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집권당인 푸어타이당은 반정부 시위대가 선거 과정을 방해하더라도 후보를 내서 총선을 치를 계획이다. 이 정당은 2001년 이래로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8월 중순부터 잉락 친나왓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잉락 총리는 갈등의 해결책으로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제안했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과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2월 2일 총선에 반대하면서 총선 전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잉락 총리는 지난 25일 각 분야 대표 499명으로 구성된 국가개혁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가 개입할 것이 분명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퇴진을 재차 요구하며 광범위한 시민불복종 운동과 거리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친동생인 잉락 총리는 지난 2년의 집권기간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정부를 이끌었지만 지난 8월 부정부패로 권좌에서 쫓겨나 국외도피 중인 탁신의 사면을 꾀하다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