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왜, 철도노조 피난처가 되지 못했나?

교회, 외적 성장 이루면서 사회 문제 등한시

이웃종교에 '은신처' 역할 밀린 한국교회

철도노조 핵심 관계자들이 조계사로 피신하고 종교계에 중재를 요청하고 나섰다.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관계자들이 경찰의 수색을 피해 조계사로 몸을 피했고, 불교계는 기꺼이 이들을 받아들인 것. 아이러니하게도 이날은 아기 예수가 낮은 자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성탄절 전 날 밤이었다.

사실, 이러한 피난처 역할은 과거 70-80년대에는 주로 개신교의 몫이었다.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윤석양 이병이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을 비롯해 기독교회관과 명동향린교회 등은 쫓기던 이들의 은신처이자, 어디가 하소연할 곳 없는 이들의 시위 장소였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시민사회단체도 많이 생겨났고, 외적 성장을 이룬 교회들은 사회 문제를 등한시하면서 약자들을 위한 피난처 역할에 소홀하게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은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는 "한국교회가 너무 많은 교단으로 나뉘어있고, 극보수적 교단에서부터 진보적 교단까지 너무 다양한 것"도 원인 중하나로 지적했다.

조 목사는 또, "교회가 교회 밖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하는데, 내부 성장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도피성'..최소한의 인권보호 장치

구약성서에도 ‘도피성’이 등장한다.

아무리 극악한 죄를 지은자라도 도피성으로 피신하면 국가권력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어, 일단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인권보호 장치이다.

한국교회가 이 도피성 역할을 감당해야하고, 정부나 사법기관도 종교의 제도를 인정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수살기' 총무 최헌국 목사는 "종교계가 종교 시설을 약자를 위한 은신처로 기꺼이 제공할 수 있어야하고, 정부나 사법기관도 이 제도를 인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약자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며,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를 높이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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