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마저 日에 유감...韓 대일 강경입장 강화될 듯

내년 다자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희박해져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을 두고 한국과 중국은 '예상대로' 격렬히 항의했고 미국은 '이례적으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간 일본의 역사도발 사례를 비춰봤을 때, 이번 상황에서 두드러진 지점은 바로 '모두가 일본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미국이 2001년 이후 6차례에 걸친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때마다 기계적 중립을 취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이 이번 신사 참배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 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의 침략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이 '개탄과 분노(유진룡 문화체육부 장관 담화)'를 나타내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따라서 일본의 우경화 드라이브에 제어장치로 작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일본과 우방임을 전제하긴 했지만 이날 미국의 유감표시는 역사 문제로 주변국을 자극하는 일본의 행보를 적어도 '더디게'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은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일본의 이번 행위가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주일 미 대사관은 "일본이 이웃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위를 한 것에 실망한다"고 밝혔다.

미측은 일본이 나름대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해 왔지만, 신사참배는 이 모든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수준으로 '너무 나갔다'고 본다고 한다. 내년 예정된 다자회담들에서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는 정상 회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년 간 한일 정상회담이 없어도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여러 노력들이 있었는데,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극복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강경한 기존 입장에 관계 개선을 요구해오던 미국까지 적어도 이번 건에 대해서만은 한국 측 인식을 공유하면서, 한일 정상회담은 한동안 요원하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역사인식에 대한 변화 없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움직임을 진행하면, 개선의 여지를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기본적으로 집단적자위권을 포함한 일본의 군사적 보통국가화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어느 시점에서 일본에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줄 지는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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