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숭례문, 여유법 타격, 사재기 논란...눈물의 문화계

[2013년 문화계 결산] 문화재, 관광, 공연, 출판

◈ 문화재 분야

1. 숭례문 복원 및 부실 복구 논란

숭례문 기둥이 갈라져 속살이 드러난 모습. (송은석 기자)
화재로 소실됐던 국보 1호인 숭례문이 5년간 복원 공사 끝에 지난 5월 완공됐으나, 5개월 만에 단청 20여 곳이 떨어지면서 부실 복원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단청에 이어 기둥도 갈라지고, 심지어 부적절한 예산 집행까지 도마 위에 올랐고, 이명박 정부 기간 내에 완공하려고 공사를 서둘렀다는 관계자들의 증언도 이어지며 졸속 복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끝내 숭례문 부실 복원에 대핸 관리 책임을 물어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경질됐다.

2. 김장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예산 등재


‘제6회 종가집 김장나눔마당’ 행사. (황진환 기자)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를 위한 정부간위원회에서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키로 최종 확정했다. 위원회는 김장이 한국인들의 나눔과 공동체 문화를 상징하며, 사회 구성원 간 결속과 연대감 강화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부여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아리랑(2012), 강강술래(2009), 판소리(2008),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8) 등 총 16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 관광 분야

1. 중국의 여유법 시행...중국 관광객 감소

(송은석 기자)
10월부터 중국이 여유법을 시행했다. 여유법은 저가 상품 금지 및 쇼핑 옵션 강요 금지, 여행 일정 변경 금지, 쇼핑 및 옵션 강요 금지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원가 이하의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그 차액을 옵션과 쇼핑센터 방문 수수료 등으로 메워왔던 여행업계는 여유법으로 인해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여유법 때문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저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장구조를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성 접대 의혹 논란으로 사임

최근 협력업체로부터의 향응과 일본 퇴폐업소 출입 논란을 빚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1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
4년을 넘게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있던 이참 사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설 연휴 일본 방문 당시 도쿄의 성인 업소에 출입했다는 논란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사흘 만에 물러났다. 그는 퇴폐 업소가 아닌 정식 마사지 업소를 방문한 것이라며 성 접대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관광공사 조직에 가해지는 압박과 부담이 대단히 크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도저히 불가능해 사퇴한다고 했다.

◈ 공연 분야

1. 대중문화계의 복고 열풍, 공연계로도 이어져

몇 년 전부터 대중문화 전반에 분 복고 열풍이 공연계로도 이어졌다. 90년대 인기 캐릭터 영심이와 왕경태가 30대 성인으로 등장하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90년대 인기가요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8090 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공감과 재미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켰다. 이외에도 2001년 상영해 큰 인기를 끌었던 ‘친구’, 90년대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가 상영됐다.

2. 김광석 열풍, 올해 공연만 3개

복고 열풍은 김광석의 노래를 소재로 한 공연으로 이어졌다. 내년이 김광석 탄생 50주년인 영향도 있었다. 3월 ‘바람이 불어오는 곳’, 4월 ‘그날들’, 12월 ‘디셈버 : 끝나지 않은 노래’ 등 김광석 노래를 활용한 뮤지컬이 세 편이나 공연됐다. 김광석이 많은 히트곡을 가진 가수이고, 많은 이들이 그리워하는 가수라는 점,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자랐던 80-90 세대가 이제 소비의 중심이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 유럽 뮤지컬의 활약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로 대표되는 영미 뮤지컬이 대세인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올해는 유럽 뮤지컬의 활약이 돋보였다. 인터파크가 올해 티켓 예매분을 분석한 결과 판매순위 1위와 2위에 오른 공연은 ‘레미제라블’(영국)과 ‘노트르담 드 파리’(프랑스)였다. 레미제라블은 지난해 말 영화로 상영되면서 얻은 인기가 뮤지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작품 모두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 출판 분야

1. 조정래 정글만리 5개월 만에 총판매 100만 부 돌파

소설가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올해 총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글만리'(전 3권)는 7월 15일 출간 이후 약 5개월 만에 총 판매 100만 부를 넘어서며, 2013년 첫 밀리언셀러로 자리잡았다. 하루 평균 7,000부씩 판매된 꼴이다. 문학 분야 밀리언셀러로는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 '1Q84'(문학동네, 2009)에 이어 3년 만에 세워진 기록이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으로는 '태백산맥'(800만 부), '아리랑'(380만 부), '한강'(250만 부) 이후 네 번째다. '정글만리'를 포함하면, 조정래 대표작의 통산 판매 부수가 1,530만 부를 넘어섰다.

2. ‘청년작가’ 최인호 타계

향년 68세로 사망한 소설가 최인호 씨 빈소. (송은석 기자)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등을 쓴 작가 최인호가 침샘암 발병 후 5년간 투병 끝에 지난 9월 눈을 감았다. 100여 편의 소설을 통해 청년 문화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을 비롯해 '겨울 나그네' '바보들의 행진' 등은 영화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송창식이 부른 '고래사냥', 이장희의 '그건 너' 등의 노랫말도 썼다. 정부는 고인에게 은관문화훈장을 추서해, 그를 기렸다.

3. 베스트셀러, 알고 보니 사재기?

올 한 해 출판계를 힘들게 한 일은 출판계의 불황일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못 들게 한 일이라면 사재기를 꼽을 것이다. 사재기는 출판계 내에서 공공연한 관행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5월에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자사에서 펴낸 소설가 황석영 씨의 신작 소설을 사재기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황석영 씨는 절판을 선언하고, 출판계의 만연한 사재기 행태 근절을 위해 검찰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수사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판계 내부에서도 근절 운동을 선언했다. 하지만 출판사 '한경BP'가 자사에서 출간한 책 두 권을 사재기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출판사의 사재기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독자를 기만해서라도 책을 팔고 보자는 출판사의 얄팍한 상술이 가장 큰 주범이기에 출판사가 주된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관행이 어느 특정 출판사의 도덕성을 넘어 당장의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한 서점과 출판계의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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