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베 총리가 7년 만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이웃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한 뒤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미·일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소피아대학의 나카노 고이치(정치학) 교수는 "미국이 일본에 대해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미·일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고 WSJ에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세력 확대에 대한 견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성공 등 안보와 경제적 목적을 위해 그동안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을 지지했으나 이런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로 '아베노믹스'가 국수주의적 의도를 감추려는 가면이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WSJ는 또 한국판 블로그인 '코리아 리얼타임'에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졌다는 전문가의 글을 게재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카를 프리디호프 연구원은 '코리아 리얼타임' 기고문에서 "가까운 장래에 한·일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이 단숨에 사라졌다"면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박근혜 대통령이 양국의 관계 개선 조치를 거부해온 것을 정당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이번 야스쿠니 참배는 일본에 대해 이웃국가들과의 화해를 촉구해온 오바마 행정부에 새로운 우려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주일 미국대사관의 '비판' 성명을 소개했다.
신문은 특히 한국, 중국 등 이웃국가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의 '뉘우침 없는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번 참배는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아베 총리가 최근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관련해서 대화를 통한 긴장완화를 주장해왔지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이런 화해 전략을 포기하면서 우익의 기반을 다지려고 역내 긴장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템플대 일본 분교의 제프리 킹스턴 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에게 이웃국가들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지도자임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 "일본은 어떤 의미에서 일방적인 방식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기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밖에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국내적으로도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면서 한국과 중국에 대한 야만적인 침략을 정당화하면서 난징 대학살이나 성 노예에 대한 언급을 전혀 없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CNN 방송도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냉대를 받아온 아베 총리가 이번 참배로 비난과 규탄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