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연구소 "아라파트 독살 아닌 자연사"

"방사능 중독 흔적 찾지 못했다"

러시아 연구소가 방사능 중독에 의해 독살 의혹이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자연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러시아 고위 관계자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연방 의학ㆍ생물학청의 블라디미르 위바 청장은 러시아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아라파트의 사망 원인에 대한)연구를 진행한 결과 방사능 중독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사였다. 방사능의 영향이 없다"면서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추가 연구 주문을 받은 바 없어 아라파트의 사인을 더 연구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예드 무스타파 러시아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러시아 RIA 노보스티 통신에 "러시아 전문가들의 결론을 존중하지만, 아라파트의 사망원인을 계속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아라파트가 자연사했다는 연구 결과는 프랑스 연구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아라파트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프랑스 연구소는 이달 초 "아라파트가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감염에 뒤이은 노환으로 숨졌다"며 자연사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앞서 지난달 초엔 스위스 연구소가 아라파트 유골과 옷 등에서 정상치보다 18배나 높은 폴로늄-210과 납 성분 등 독살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혀 독살 의혹을 증폭시켰다.

아라파트의 사인 조사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지난해 7월 고인의 옷에서 폴로늄-210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이 옷은 아라파트가 사망할 당시 입원한 프랑스 파리의 군(軍)병원이 부인 수하 여사에게 건네 준 것이다.

수하 여사는 남편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요청했으며, 결국 지난해 11월 프랑스와 스위스, 러시아, 팔레스타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아라파트 시신의 뼈와 옷에서 표본을 채취해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2004년 11월 프랑스 군병원에 입원한 뒤 갑자기 병세가 악화, 한 달 만에 숨을 거둔 아라파트의 사인은 많은 사람에게 의혹으로 남아있다.

당시 수하 여사의 요청으로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프랑스 의료진이 그가 죽기 몇 주 전 동안 앓았던 병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도 의혹을 키운 원인이 됐다.

이 때문에 그가 암을 앓았다거나 '에이즈(AIDS) 보균자였다', '독살 당했다'는 등의 수많은 음모론이 나왔다. 많은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이 그를 독살한 것으로 믿고 있다.

폴로늄은 러시아 정보부 직원이었다가 반체제 인사로 변신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지난 2006년 영국 런던에서 급사했을 때 사인으로 지목되며 관심을 받았다.

폴로늄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화학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기도 한다. 러시아와 미국,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합법적인 범위에서 산업용도로 사용되는 폴로늄이지만 인체에 흡수되면 1g 미만으로도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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