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경차 부과금 받아 5천만원 BMW에 보조금 준다?

저탄소 협력금제 기준 발표 앞두고 업계 술렁

BMW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위)와 2014년형 기아차 레이(아래). (자료사진)
다음달 말 세부적인 기준과 보조금 액수가 결정되는 ‘저탄소 협력금제’를 두고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온실가스 과다배출을 막고 중대형차 위주의 자동차 소비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국내 차업계의 대응이 늦어 자칫하면 수입 디젤차를 위한 정책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협력금제는 신차를 구입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기준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에는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차에는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로 엄밀한 의미의 세금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일종의 ‘탄소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경차와 소형차 등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를 구입할 때에는 보조금을 주고,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차를 살 때는 부담금을 매겨 교통·수송 부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 불필요한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돼 당초 2014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자동차 업계의 의견 수렴 문제로 늦어져 2015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1월말까지 기준이 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보조금과 부담금의 구체적인 액수등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환경부가 중심이 돼 관계 부처와 의견조정이 진행되는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제도 시행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에 대한 불이익이 최소화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전문가인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로서 저탄소 협력금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의 부정적 측면 보다는 긍적적 효과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식 연비 제도를 채택해 여기에 익숙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얼마나 완충해 적용하는가가 제도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저탄소 협력금제가 수입 디젤차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준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다음달 내놓을 저탄소 협력금 관련 기준과 보조금, 부과금 액수를 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자칫하면 수입 디젤차를 위한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정부가 저탄소 협력금을 위한 중립구간의 km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로 잡을지 아직 정확치는 않지만 km 당 이산화탄소 대략 120g을 기준으로 할 경우 상당수 국산 경차나 소형차가 부과금을 내야할 형편이 됐다.

실제로 기아차의 레이 1.0 가솔린 VAN은 차 가격이 1,139만원이지만 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6g이고 프라이드 1.4 가솔린 모델은 차 값이 1,580만원인데 탄소배출은 129.0g 으로 25만원 안팎의 부과금을 물어야 하게 될 전망이다.

반면 옵션에 따라 최고 5,510만원인 BMW 320d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 당 103.0g에 불과하고 3,140만원인 폭스바겐의 제타 1.6 TDI 블루모션은 탄소배출이 km 당 100.0g으로 5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게 될 수 있다.

1천만원 안팎의 국산 경차나 소형차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부담금을 내면 이 부담금이 5천만원대의 수입 디젤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으로 흘러 가는 양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5년 배출가스 규제를 유로 3로 바꾸고 2006년부터는 유로 4로 변경하면서 국내에 수입 디젤 승용차가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점을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5년 전체 수입차 판매 가운데 4% 에 불과하던 디젤차량의 비중은 2013년 60%대까지 치솟으면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비중이 12%대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또 저탄소 협력금제가 자동차 제조사에게는 부담을 지우지 않는 대신 모든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중·대형 가솔린차 소비자들에게는 대당 수백만원씩 부과될 수 있는 저탄소 협력금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될 경우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는 또다른 수요감소의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저탄소 협력금제를 도입하면서 벤치마킹했던 프랑스의 보너스 말뤼스 제도의 정책효과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는 신차구매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주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보너스-말뤼스(Bonus-Malus)’제도를 2008년부터 시행했는데 경차 비중이 2007년 38.9%에서 2008년 44.3%로 늘었다.

대신 2007년 르노와 푸조 등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가 전년 대비 0.2% 감소하고 수입차가 7.6% 성장했었지만 제도가 도입된 2008년에는 프랑스 자동차 사들의 판매는 2.1% 증가한 반면 수입차는 3.9% 감소했다.

이는 프랑스의 보너스-말뤼스 제도가 자국업체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디젤엔진과 소형차 분야의 경쟁력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저탄소 협력금제 시행에도 참고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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