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계속되고 있는 홍명보자선축구대회의 2013년 경기가 열렸다. 1만5000여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이날 경기는 무려 25골이 터진 가운데 K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된 희망팀이 해외파로 구성된 사랑팀에 13-12로 승리했다.
매 골이 터질 때 마다 선수들은 미리 준비한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인기가수의 춤 동작을 응용한 세리머니로 시작해 농구와 봅슬레이, 권투, 태권도 등 다른 종목을 인용한 세리머니가 경기 초반을 달궜다. 선수 개개인의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세리머니의 시작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었다.
구자철은 전반 16분 김영권의 세 번째 골이 터지자 특별 초청선수인 개그맨 서경석과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여 팬들의 큰 환호를 이끌었다. 이후 전반 종료 직전에는 손흥민이 상의 탈의 세리머니로 경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K리거가 주축이 된 희망팀은 경기 막판 김영권이 6번째 골을 터뜨리자 경기장을 찾은 한 커플을 직접 코트까지 불러 단체 사진을 찍어주는 세리머니로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선수들이 선보인 25개의 세리머니 가운데 단연 최고는 손흥민과 지소연의 작품이었다. 후반 5분 지소연이 무릎과 발로 트래핑한 뒤 멋진 오른발 발리슈팅을 성공시키자 손흥민이 과감하게 볼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로 엄청난 함성을 터지게 했다. 이 세리머니는 홍명보 감독이 꼽은 이날의 베스트 세리머니로 꼽히기도 했다.
구자철과 손흥민 등 끼가 다분한 해외파 선수들로 구성된 사랑팀은 홍명보 감독을 행가레 하려다 말고 내동댕이 치고 발로 때리는가 하면, 무협영화에나 나오는 장풍을 쏘라고 시킨 뒤 다들 딴짓을 해 홍 감독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의 숨은 춤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골을 넣은 뒤 선수들이 다같이 둘러싸고 앉아 홍 감독의 개인기를 종용했고, 잠시 머뭇거리던 홍 감독은 결국 초청가수였던 크레용팝의 ‘5기통춤’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점점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되어가고 있다”며 활짝 웃은 뒤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색하지도 않다. 팬들이 기뻐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희망팀이 많이 준비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개개인이 팬들에게 어필하는 테크닉은 우리 팀 선수들이 더 좋았다”고 마지막까지 소속 선수들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