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민호는 이번 작품 SBS '상속자들'의 김탄을 연기하면서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민호는 '상속자들'에서 제국그룹 차남 김탄 역할을 맡았다. 극 중 김탄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 상속자' 차은상(박신혜 분)과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상속자들' 종영 후 정확히 2주 만에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이민호는 바쁜 스케줄에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핫핫핫' 웃으며 기자에게 인사를 건넨 뒤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실제 이민호는 장난스러운 김탄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 김탄 이민호
CBS노컷뉴스(이하 C): '상속자들'이 얼마 전에 종영했는데 실감이 나나요?
이민호(이하 이): 아직 종영을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드라마 끝나고 중국에 갔을 때도 호텔에만 있었죠. 그때 '상속자들'의 시작부터 끝까지 생각하니까 조금은 (종영한 것이) 인지가 되는 것 같아요. 탄이를 떠나보낼 때가 됐구나 생각했죠.(웃음)
C: '상속자들' 열풍이 대단했는데 인기를 실감했나요?
이: '꽃보다 남자' 끝나고 겪은 걸 다시 한번 느낀 것 같아요. 지방 촬영을 가면 어린 친구들이 몰리고, 야외 촬영 때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촬영하기 어려웠지만, 그런 상황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C: 결말은 만족하는 거죠?
이: 힘겹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 차은상(박신혜)과 예쁜 사랑을 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해피엔딩이고 이를 이루는 과정이 순수하고 올곧은 사랑이었죠.
C: "나 너 좋아하냐?" 같은 유행어가 있었어요.
이: 하하하. 저는 말장난 하는 걸 워낙에 좋아해서.(웃음) 참신하고 좋은 대사라고 생각해요.
C: 김은숙 작가의 대본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 대사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이 직설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감정을 '툭' 건드리는 대사 같죠. 쉬우면서 귀에 꽂히는 대사가 많았어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원초적인 걸 잘 표현해 사랑받는 거라고 느꼈어요. 진심을 알아주는 분들에게 통한 거죠.
C: 극 중 최영도(김우빈)와는 경쟁구도가 생기지 않던가요?
이: 인기 경쟁보다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가야 한다고 느꼈어요. 배우들과의 교감에 최선을 다해야 드라마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했어요. 미국 촬영 후 한국에 처음 와서 5부 엔딩을 우빈이와 찍었어요. 가만히 서서 우빈이와 마주쳤는데 에너지가 있는 배우라고 느꼈고, 삼각 구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촬영장에서 이런저런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C: 촬영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이: 눈물 연기가 어떤 작품보다도 많았어요. 4회 정도 감정선이 이어질 때가 있었죠. 2주간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4회를 찍는 동안 감정이 극한으로 달해서 힘들었어요. 서자임을 밝히고, 엄마의 아픔, 아빠와 대립...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죠.
C: '상속자들'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는 누군가요?
이: 보나(크리스탈) 같은 캐릭터가 남자들 입장에서 보기에는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여자친구가 있으면 정말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웃음) 탄이 캐릭터도 용기가 필요한 멋있는 남성상인 것 같고, 영도 캐릭터도 매력 있어요. 어찌 보면 준표의 모습이 영도에도 있는 것 같아요.
◈ 배우 이민호
C: '꽃보다 남자' 구준표 이미지는 많이 벗은 것 같나요?
이: '꽃보다 남자' 이후 항상 작품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어요. 연기를 할수록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 성공에 대한 부담도 계속 있었죠. '상속자들'을 한다고 했었을 때 '똑같은 캐릭터를 왜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죠. 저의 20대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드라마를 하는 것이 대중이 원하는 모습인 것 같아요. 그래서 비슷한 포맷임에도 '상속자들'을 택한 것 같아요. 그전에 구준표 이미지를 많이 벗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많은 대중이 '상속자들'을 보면서 구준표 이미지를 버린 것 같아요.
C: 차기작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건가요?
이: 내년이면 20대 후반에 접어들어요. 이제는 남성미를 표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 '강남블루스'에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이민호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제몫이에요. 지금은 해외 작품도 보고 있어요.
C: 연예계에 친한 친구들이 있나요?
이: 몇 년 째 같아요.(웃음) 김범이랑 정일우요. 제가 활동적이지 못한 것에도 이유가 있어요. 분명히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지만, 자주 만나고 대화해야하는데 그 관계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웬만하면 집에서 편안하게 혼자 있으려고 해요.
C: 파파라치나 사생팬이 따라다니지는 않나요?
이: 최근까지 사생팬은 없었어요. 팬들끼리 '사생활은 지켜주자'는 룰도 있고요. 최근에 제 집이 기사에 오픈되면서 가끔 사생팬이나 차가 몇 대씩 따라다니기도 해요. 예전에 (파파라치에 찍힌) 경험이 있기도 하고, 불편한 건 있죠.
C: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가는 시점이 된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이: 나이가 들어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능력을 인정받고, 존경받을 행동을 하는 것. 그게 꿈꾸는 배우상이에요. 그리고 항상 상황에 맞춰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인간 이민호
C: 김탄과 비교해 실제 성격은 어때요?
이: 남자로서의 책임감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되고 사랑하는 여자와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사랑을 택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을 택할 것 같아요.
C: 실제 김탄과 같이 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 적이 있나요?
이: 스무 살 때 첫눈에 반한 적이 있었어요.(웃음) 수업시간에 처음 보게 됐죠. 6개월 정도 쫓아다닌 거 같아요.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웃음)
C: 박신혜, 김지원의 사랑을 받는 역할이었는데, 실제로 두 사람 중 이상형은 누군가요?
이: 어느 한쪽을 택해도 둘 다 삐칠 것 같다.(웃음) (박)신혜는 호불호가 분명히 있는 성격이에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는 게 보기 좋았어요. (김)지원이는 귀엽죠. 아직 때 묻지 않은 아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웃음)
C: 촬영이 없거나 쉴 때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나요?
이: 게임을 좋아해요.(웃음)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푹 자고 일어나는 편이죠. 그렇다고 술을 마시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주량도 소주 반병, 맥주 반병, 와인 반병 정도에요. (스트레스 푸는 법을) 아직 완벽하게 채득하지 못 한 것 같아요.
C: 여자친구는 있나요?
이: 현재 여자친구는 없어요. 저에게도 은상이처럼 꽂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김탄 같은 사랑을 할 거에요.(웃음) 온전히 저의 감정에서 느끼는 연애를 하고 싶어요. 그런 상대가 나타난다면 있는 힘껏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공개연애는 못할 것 같아요. 공개연애는 축복도 많이 받지만, 반대로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하죠.
C: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이: 여성성이 강한 사람을 좋아해요. 보호본능 일으키고.(웃음) 본인의 옳고 그름은 분명한 사람이 좋고, 기본적으로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