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작동한 여의도 정치…김무성·박기춘 '합작'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철도산업발전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소위 구성에 합의하고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 정치권이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해냈다. 국회의 끈질긴 중재 노력으로 철도파업 사태가 22일 만에 일단락된 것이다.

국가정보원 개혁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세법개정안 등을 놓고 여야가 막판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도 철도파업 해결 의지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30일 철도파업이 전격 철회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의 공이 가장 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두 사람은 18대 국회 때 각각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면서 수시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인연이 있다.

대표적인 게 여야 합의로 통과된 세종특별시 수정안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두 사람은 이때부터 호형호제 하는 각별한 사이가 됐다.

이번에 박 사무총장이 김 의원에게 손을 내밀어 철도파업 해결에 나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물밑 협상이 벌어진 지난 29일은 매 시간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개혁법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최후통첩'을 날린 직후 박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머물고 있는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을 만났다.

박 사무총장은 국토위 내 소위 구성을 전제로 철도파업을 철회하는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으로부터도 확답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황우여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인사들을 상대로 합의안 수용 여부를 타진했지만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그러자 평소 호형호제 하는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합의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9시쯤 지역구에서 올려와 박 사무총장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3시간 가량 세부사항을 놓고 합의안을 다듬었다.

김 의원은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전화를 받지 않자 조원동 경제수석과 통화해 의견을 조율했고, 박 사무총장은 수시로 민주당 김 대표에게 보고했다.

이날 밤 11시. 두 사람은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정동에 있는 민주노총 본부를 함께 방문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눈을 피해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본부 사무실로 직행했다. 1시간가량 김 위원장을 만났고 합의안에 서명했다. 세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기념사진도 촬영했다고 한다.

본부 사무실을 빠져나오는 것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두 사람은 13층에서 8층까지 계단을 이용해 내려간 뒤 8층에서 지하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둘은 차단문을 통과하기 위해 포복하듯이 걸어서 빠져나왔다.

여야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철도산업발전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소위 구성에 합의한 합의문. 사진=윤창원 기자
최종 합의문은 30일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를 거친 뒤 11시가 돼서야 세상에 공개됐다.

여야가 철도산업발전소위를 설치하고, 코레일과 철도노조 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는 세 사람과 양당 국토위 간사들의 서명이 또렷이 쓰였다.

철도파업 해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여야 정치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 직후 서로를 추켜세웠다.

김 의원은 "모든 걸 박 사무총장이 다했다"고 칭찬했고, 박 사무총장은 "김 대표와 대화해보니 역시 의지가 보였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국회도, 국민들도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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