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로 일본 야쿠르트로 진출했던 이혜천이 2시즌 이후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할 때 다년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다. FA로 해외로 나갔다가 복귀한 선수는 야구규약 상 단년 계약만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두산과 이혜천이 이를 어기고 2년 이상 계약을 한 것이다.
정황 상 4년 연봉 3억5000만 원을 보장하는 계약이다. 이는 이혜천이 2차 드래프트에서 NC로 옮기면서 남게 되는 계약 기간 1년을 놓고 두산과 이견을 보이면서 드러났다. 남은 기간에 대한 계약금과 급여 문제를 놓고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프로야구 판에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는 이면 계약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해외 진출했던 선수들이 국내 복귀 시 구단과 단년 계약을 맺은 것처럼 발표하지만 실제로는 FA처럼 다년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기간 보장으로 선수를 붙들어야 하는 구단의 고육지책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복귀한 김병현(넥센)은 3승8패 평균자책점 5.66의 부진에도 올해 연봉이 1억 원 올라 6억 원이었다. 올해 다소 성적이 나아졌지만 내년 연봉이 4억 원이나 깎였다. 2년 계약 가능성이 농후한 대목이다. 이외 지난해 제몫을 해주고도 연봉이 각각 15억 원, 8억 원으로 동결된 김태균(한화), 이승엽(삼성) 등도 다년 계약에 대한 의심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KBO "구단들이 원하면 다년 계약으로 개정"
이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입장은 어떨까. 일단 규정 위반임을 밝히면서도 현실에 맞게 규약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금조 KBO 운영기획부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만약 두산이 이혜천과 맺은 이면 계약 내용이 사실이라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제재보다는 차제에 규정을 현실적으로 고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O 규약 중에는 현실과 동떨어져 사문화되다시피 한 조항들이 적잖다. 대표적인 게 외국인 선수의 연간 참가활동보수 상한선이다. 현재는 총액 30만 달러(약 3억 1600만 원)이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SK가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 외야수 루크 스캇은 올해 연봉이 약 3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두산과 30만 달러에 계약한 호르헤 칸투 등 대부분 외인들이 기본 7, 80만 달러, 많게는 100만 달러를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금조 부장은 "외국인 선수 보수 상한선 철폐 등의 논의가 내년 초 이뤄질 것"이라면서 "해외 진출 FA의 국내 복귀 시 계약 조건도 함께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각 구단들이 다년 계약을 원한다면 제재보다는 차라리 양성화시키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