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후퇴' vs '미진' 논란

'여소야대' 서울시의회 개정안 상정 안할 듯

서울시교육청이 30일 학생의 용모 규제와 소지품 검사를 학칙에 따라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내놓자 '학생인권이 되레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일부 학생이 교내에 '안녕들하십니까' 벽보를 붙여 학교와 갈등을 빚은 가운데 조례안에 명시된 의사 표현의 자유 등의 조항은 손대지 않아 분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상반된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종로구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은 명백한 개악안"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조영선 학생인권국장은 "학생인권조례의 상징인 두발자유를 제한하고 일괄 소지품 검사를 허용하는 등 기존 안보다 크게 후퇴했으며 학생의 의무에 학칙 준수 조항을 넣어 반인권적인 학칙도 지킬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가장 큰 문제는 책무 부분에서 학생에게만 구체적이고 과도한 의무를 열거하면서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상처 입히고 학생인권 제한의 근거들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개정 반대 의견을 모아 서울시의회 등 관련 기관에 전달하고, 개정 조항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무성 대변인은 "그간 용모 규제를 제한하거나 성(性) 소수자 학생의 권리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등 논란이 된 조항을 없애려는 노력과 방향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체벌 금지, 자율학습·방과후학교 강제 금지, 교내외 행사 참여 강요 금지, 집회의 자유 허용 등 여전히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제약하고 학생들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보장하는 조항들을 그대로 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조례를 헌장이나 선언으로 대체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학생 인권과 교권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상호 간 협의를 통해 학칙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오석규 평생진로교육국장은 "개정안의 기본 방향은 학생 권리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균형 있게 추진하고 교사들의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없애는 데 있다"며 "학생인권의 후퇴가 아니라 학생인권의 강화 및 영역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내년 1월 1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월말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아예 상정조차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존 조례안과 개정안 사이에서 일선 학교의 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시의회 최홍이 교육위원장은 "조례의 조항은 개념이 명확해야 하는데 '성적 지향'을 '개인성향'이란 식으로 뭉뚱그린 것은 오히려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며 "시교육청이 일방적으로 바꾼 개정안을 다룰 이유가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조례 제정은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제출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괜히 김칫국 마시는 형국'"이라고 일축했다.

시교육청 신병찬 학교생활교육과장은 "개정안은 학생인권 보호 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자 추진하는 것"이라며 "필요 시 시의회와 정책협의회 등을 구성해 발전적인 방향에서 조례가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