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시작된 유로존의 재정·금융 위기가 그동안의 긴축과 구조개혁으로 안정을 찾아가면서 유로존 경제는 올해 바닥을 찍고 회복 조짐을 보인 데 이어 내년에는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내년 유럽 경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밝혔다.
반롬푀이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남유럽 재정·금융 위기 국가인 스페인, 그리스 등의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EU 회원국들은 2013년에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2014년에는 '회복의 해'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유로존 경제는 0.4% 위축되겠지만 내년에는 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시장조사기관인 마르키트 이코노믹스의 복합구매관리자지수(PMI)와 EU 집행위원회 경제기대지수 등 경제 지표들도 모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PMI 지수는 지난 7월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기준치인 50을 지속적으로 상회함에 따라 유로존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지만 꾸준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2014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5%에서 1.7%로 올렸다.
내년부터 예산 긴축 구조가 완화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천명한 것도 유로존 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유로존 경제가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관을 넘어서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롬푀이 의장은 "아직 높은 실업률이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고용 창출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경기회복세 둔화 전망에 따라 유로존의 내년도 GDP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유로존 실업률 전망치는 12.1%에서 12.2%로 상향했다.
유로존 경제는 올해 2분기에 0.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남유럽 위기 국가들이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그동안의 재정 안정화와 구조개혁 노력으로 회복의 기반은 마련됐다. 그러나 승리를 말하기는 이르다. 실업률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이 때문에 우리는 유럽경제를 현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고 금융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추진하는 '은행연합'(Banking Union)이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지난 18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는 부실은행 처리 과정에서 납세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은행정리체제 구축을 위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은행연합은 첫 번째 단계로 '단일은행감독기구'(Single Supervisory Mechanism: SSM)를 설립하고 두 번째로 부실은행을 통일적으로 처리하는 '단일정리체제'(Single Resolution Mechanism: SRM)를 구축하며, 마지막으로 단일예금보장 체제를 마련하는 3단계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은행연합의 첫 번째 및 두 번째 핵심과제 추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ECB는 내년부터 역내 주요 130개 은행에 대한 건전성 테스트를 진행한다.
개별 국가 금융감독기관의 관리 소홀로 이들 금융기관의 부실이 드러나지 않다가 통합감독기구에 의한 감독으로 은행 부실이 표면으로 부상해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직 부실은행 정리를 위한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실 은행이 속출할 경우 은행연합은 출범도 하기 전에 오히려 금융불안을 유발하는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금융시장 분석가들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