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LA카운티 공식문장에 십자가 추가추진…찬반 논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가 공식 문장에 십자가를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행정집정관 마이클 안토노비치와 돈 크나베는 카운티 문장에 십자가를 추가하는 동의안을 행정집정위원회에 제출했다.

카운티 문장은 모든 공문서와 집기, 제복, 자동차, 공공 건물 등에 부착한다.

동의안이 받아들여지면 십자가는 문장 속에 이미 그려져 있는 샌개브리얼 미션 건물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덧붙여지게 된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처음 정착한 스페인 이주민 공동체를 상징하는 샌개브리얼 미션 그림은 지난 2004년 카운티 문장에 들어갔다.

당시 미션 지붕에는 지진 때문에 무너진 탓에 십자가가 없었지만 4년 전 미션을 일부 재건하면서 십자가를 다시 세웠다.


두 행정집정관은 "현재 문장에 새겨진 샌개브리얼 미션의 형상은 실제와 다른 셈"이라며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샌개브리얼 미션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정확한 실제 모습을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1957년 제정돼 2004년까지 사용한 카운티 문장에도 십자가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2004년 문장에서 십자가를 제거했다.

당시 십자가 제거는 쉽지 않았다.

카운티 행정집정위원회 표결에서 3-2로 가까스로 의결됐고 소송이 줄을 이었다.

당시 흑인 거주 지역을 지역구로 둔 흑인 행정집정관은 흑인 종교 지도자들에게 엄청난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2007년 연방 대법원이 십자가를 제거한 카운티 결정에 대한 이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고서야 비로소 카운티 문장에서 십자가가 없어진 데 대한 불만이 사그라졌다.

카운티 문장에 십자가가 들어가는 것은 캘리포니아주와 연방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하지만 일부 법조인은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역사적 의미라면 괜찮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 법과전문대학원 어윈 케머린스키 교수는 "판사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진보적 시민 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UL)은 당장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마크 로즈봄 ACLU 남부캘리포니아 지부장은 "미국의 위대함은 인종, 종교 등의 다양성에서 나온다"면서 "문장에 십자가를 넣는다면 카운티 정부가 기독교를 다른 어떤 종교보다 우선시한다는 뜻이 된다"고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로스앤젤레스 등 90개의 도시가 포함되어 있고 인구가 1천만명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카운티이다. 주민 직선으로 선출한 5명의 행정집정관(슈퍼바이저)이 행정집정위원회를 구성해 행정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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