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구속영장 기각…경찰 '무리수' 도마

추가 체포자 나오더라도 영장 신청 쉽지 않을 듯

철도파업과 관련해 경찰이 철도노조 중간 간부들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면서 '과잉 대응' 비판이 일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고도 아직 체포되지 않은 노조 간부가 29명이 남은 상황에서,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경찰의 구속 수사 방침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이나 상당성 없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철도노조 서울고속기관차 지부장 최모(51)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3일 기각했다.

앞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역시 업무방해 혐의로 최모(47) 철도노조 천안기관차승무지부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피의자가 수사에 응하지 않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거나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 예견된 영장 기각…경찰의 과잉 대응 법원이 인정한 셈

이번 구속 영장 기각은 결국 경찰의 무더기 구속영장이 과잉대응이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법원의 판단 이전에도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무리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경찰은 "최장기 불법 파업에 따른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체포된 노조 간부에 대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철도파업에서 경찰이 노조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혐의인 '업무방해'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이어져왔다.

지난 2011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운영에 큰 혼란과 손해를 초래하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며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모두 업무방해죄로 보던 기존 판례를 모두 변경했다.

이런 판례 변경에 따라 각급 법원은 이번 파업 참가자 8780여 명보다 훨씬 많은 1만 1790명이 참가한 지난 2009년 철도파업의 업무 방해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영장 기각도 같은 맥락이다. 대전지법은 이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져 사업 운영에 큰 혼란과 손해를 초래했는지 등에 대해 엄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보다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철도노조 "더 이상 무리한 체포나 구속영장 안 돼"

철도노조 측은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철도노조 최은철 대변인은 "파업 불법 여부와는 별개로 파업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본다"면서 "공안 기관에서 정당한 파업을 무리하게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는 부분이 판명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모든 쟁의 행위를 불법으로 여겨 그걸 행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을 범죄자로 취급하는데 경종을 울린 판단"이라며 "평화롭게 파업에서 복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공안기관이 무리하게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체포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까지 경찰의 신청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간부는 모두 35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이 검거돼 지금까지 2명이 구속됐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로 추가 체포자가 나오더라도 영장 신청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경찰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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