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 붙은 "100만 원짜리 대자보"

중앙대, "말할 기회에 100만 원짜리 가격표 붙여"… 학교 대응 비판

중앙대 교내에서 구호를 외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 (사진 출처=유튜브 노란손수건)
중앙대가 '파업중인 청소노동자가 교내 대자보를 붙일 경우 1회당 100만원을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가운데, 한 중앙대 학생이 "이 자보는 100만 원짜리"라는 대자보를 붙이며 학교 측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해당 대자보는 전지 3장 분량으로 3일 오후 10시쯤 학교 내 게시판에 부착됐다.

이는 중앙대가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건물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대자보를 붙일 경우, 한 사람당 한 건에 100만 원씩 학교에 내도록 하는 '간접강제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한 사실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해당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2014년을 맞은 지 사흘 만에 학교 본부가 청소노동자들에게 교내 자보를 붙이면 백만 원씩 배상하라고 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그래서 이 자보는 백만 원짜리 자보"라고 썼다.

학생은 "홍보실은 학내 커뮤니티에 '배상을 신청한 게 아니라 불법 판결 후에도 퇴거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요구'라 밝혔지만, 그럼에도 학교가 청소노동자들이 구호·현수막·대자보로 내려는 목소리에 '백만 원'이라는 딱지를 붙인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없는 시험기간, 우리는 '깨끗하게 못해줘서 미안해요'라는 (청소노동자의) 자보를 보고 무엇을 느꼈었나요"라며 "그런데 앞으로 그들이 자보로 말을 걸 때마다 백만 원씩 내야 할지도 모른답니다"라고 썼다.

학생은 "불과 얼마 전 우리는 서로 '안녕'을 묻는 자보를 나누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서로 하고 싶은 말을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알았다"며 "대학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함에도 오늘의 중앙대학교는 이들의 말할 기회마저도 백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수중에 백만 원이 없어도 자보를 붙일 수 있는 대학에 다니고 싶다"며 "중앙대가 모든 구성원들이 안녕한 대학이었으면 좋겠다"고 대자보를 마무리했다.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한 학교 측의 간접강제 신청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지난 3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인간들 너무하네. 청소노동자 여러분, 대자보 맘껏 쓰세요. 그 돈, 제가 대신 내드릴게요"라며 중앙대의 대응을 거세게 비난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판결 나오면 제가 한 곡 값 내겠습니다"라며 청소노동자에 대해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중앙대 졸업생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대 졸업생 이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자보 한장에 100만 원이면 나도 한 장 사지요. 나 같은 생각하는 졸업생들 은근 많을 것 같은데. 판결 나오면 붙여주세요"라고 청소노동자 파업을 응원했다.

중앙대 졸업생 황모 씨도 "OB들 모금이라도 해서 자보 붙여드려야 할 것 같다. 무엇이든 돈으로 밀어붙이면 당해내지 못할 거란 편리한 발상은 국가나 재단이나 회사나 어느 한 곳 다를 데가 없네"라며 꼬집었다.

트위터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디 @bu****는 "봉급이 100만원인데, 구호 한번 외치면 100만원 내라고요? '사람이 미래다'라 외치는 두산그룹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그 미래에 청소노동자는 사람으로 들어설 자리도 없는가"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so****도 "나도 중앙대 대자보 하나는 사는 걸로. 청소노동자분들 아주 크게 하나 붙여주세요"라며 청소노동자를 응원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 조합원 40여 명은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파업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이 학생들에게 "파업 중이라 깨끗하게 못해줘서 미안해요"라고 직접 쓴 자보를 남기고, 학생들이 "불편해도 괜찮다"며 화답하는 대자보를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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