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수만 많으면 우수 국회의원?…부실입법 '우수의원상'

메니페스토 "우수의원 시상제도 왜곡 변질됐다"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시상하는 제도가 '부실입법 성과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도 여기에 편승해 입법 건수가 많은 의원들에게 우수의원상을 시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달 30일 '2013년도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 시상식에서 최우수 의원 5명, 우수 의원 25명 등 총 30명을 선정해, 상장을 수여했다.

국회가 밝힌 우수의원 선정기준은 '의안 발의 건수'와 '가결건수', '회의 출석률' 등이다.

그러나 CBS가 국회사무처 자료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자료 등을 취합해 수상 의원들의 입법실적을 취재한 결과, 수상 의원 30명 가운데 지난 1년간 법안 통과 건수가 0건인 의원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우수 국회의원 상을 받은 의원 5명의 법안 통과 건수는 '39건(이한구)~5건 분포'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우수 국회의원 상 25명 중에는 통과건수 0건이 8명, 1건 5명, 2건 1명, 3건 3명 등으로 다수 국회의원들의 통과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우수의원의 발의법안 대비 평균 통과율은 5%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민주당 김광진·최민희·윤관석·이종걸·민병두 의원, 새누리당 강기윤·김태원 의원은 법안 발의 건수는 40건~78건으로 집계됐지만, 지난 정기국회까지 통과된 법안은 한 건도 없었다.

단, 대안반영 폐기 건수는 민주당 김광진(6건)·민병두(7건)·최민희(2건)·윤관석(2건)·이종걸(2건) 의원, 새누리당 강기윤(4건), 김태원(8건) 의원 등으로 집계됐다.

민주당 김상희(발의 41건)·김동철(34건),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56건) 등은 발의 건수 가운데 단 1건 만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밖에도 무더기 발의 후 1건만 통과된 의원이 다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법안 발의 건수 30%, 가결 건수 70%를 기준으로 본 회의와 상임위원회의 출석률을 가중치로 둬 산정한 결과"라면서도 "어차피 상대평가"라는 해명을 내놨다.

반면,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의 경우, 법안 발의 건수 24건, 통과 건수 5건이었고, 민주당 김영주 의원도 법안 발의는 30건, 통과 5건으로 통과율이 각각 20%와 16%로 높지만 수상대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새누리당 소속 A보좌관은 "연말이나 정기국회가 끝나면 법안 발의를 기준으로 의원들을 평가 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도 부족해 국회 사무처까지 이런 기준으로 시상을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시상의 성격이 변질되면서 시민단체들도 시상을 없애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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