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①충남 금산 청정 마을...불산 누출 '발칵'
②깻잎도 미나리 농사도...건강도 위협
③갑자기 불산공장으로 바뀌었는데...손 놓은 금산군(?)
이 업체의 불산 누출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 마을에 흐르는 1급 생태하천인 조정천. 수달이 살 정도로 깨끗한 이 하천에서 물고기, 도롱뇽, 지렁이까지 떼죽음을 당해 물 위로 떠올랐다.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도 하천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기준치 1.5ppm을 훨씬 넘는 23.7ppm과 47ppm, 107ppm이었다. 주민들은 하천 위에 있는 화학업체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주민 최준성 씨는 “내가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마을 사람들 다 놀랐다. 조사결과를 볼 때 하천 위에 있는 업체 측에서 불산이 누출됐기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최진성 씨는 “이 공장이 뭐하는 데인지도 몰랐는데 이제야 알았다. 어떻게 이렇게 누출된 것을 속일 수 있느냐”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당시 이 업체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지만, 결국 검찰에 고발돼 벌금 1000만 원을 받았다.
놀란 주민들은 결국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나섰는데 지난달부터 또 불안에 휩싸였다. 주민 대책위가 지난달 한 업체 의뢰해 조사한 결과 여전히 이 하천에 불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단 수치는 0.66ppm으로 낮아졌는데 주민들로서는 이 수치 자체도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박희환 씨는 “수치가 낮아졌지만, 조사할 당시에 비가 많이 와서 희석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 구미 불산 사고 때를 보면 사고 이후 5일이 지난 뒤에 근처 하천에서 나왔던 농도가 0.3이었다”고 말했다.
두 차례 조사에서 불산이 누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민들은 당장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선 씨는 “공장으로 향하는 마을 도로가 구불구불 돼 있어 불산을 실은 차량이 사고라도 나면 큰일 아니냐”며 “청정 마을이라 공장 근처에는 아토피 자연 치유마을이 조성돼 어린이 수십 명이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교도 있는데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도 정밀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국장은 “불산이 어쨌든 산인데 물에 침체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산이 식수원인 대청호까지 흘러간다는 것은 양과 농도를 떠나서 말이 안 되는 일이고 환경운동연합에도 민원이 들어와 현재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불산이 누출된 조정천은 금산군 남이면 봉황천을 거쳐 대청호로 흘러들어 간다.
주민대책위 문영철 사무국장은 “지속적으로 업체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히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구미와 같은 사고가 나면 농촌 경제 파탄은 물론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불산 누출의 책임을 일부분은 인정하지만, 전부 회사의 책임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회사는 안전문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업체를 이전하라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말과 똑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불소는 자연 하천상태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성분으로 불산이 하천에 유입됐을 경우 수소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불소가 되고 하천의 산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